김무성, 대화록 어떻게 입수했나?

2013. 6.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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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이 건넸나

'댓글사건 연루' 박원동 전 국장 연결고리 가능성

차기정권 줄대기 노린 '또다른 인물' 개입 해석도

청와대서 나왔나'최초 발설자' 비서관 출신 정문헌 의원이라 의심'MB정부→박근혜 캠프' 유출통로 규명 쟁점 부상

박근혜 캠프 핵심 인사들이 지난해 대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을 이미 입수해 이를 대선 정국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당사자들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던 비밀문서가 어떤 의도로, 어떤 경로를 거쳐 박근혜 캠프에 건네졌는지가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규명해야 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비공개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그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도 회의를 해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 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 했다"고 했다. 결국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본인이 직접 대화록 내용을 공개했다고 했다.

발언 내용을 뜯어보면, '중앙선대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라는 핵심 지위에 있던 김 의원에게 대화록 원문이 건네졌고, 캠프 주요 인사들이 모여 '대화록 활용 회의'를 했지만, '역풍 우려가 있으니 국정원이 직접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캠프에서는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접촉'해 대화록 공개를 요청했지만 원 원장은 어쩐 일인지 이를 거부했다. 하나하나가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진 사안들이다.

새누리당의 대화록 열람을 거부하던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으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것은 지난해 11월19일이었다. 권영세 박근혜 캠프 상황실장이 사석에서 "집권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것은 12월10일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미 알고 있던 대화록 내용을 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공개'했고, 원세훈 원장이 갑자기 검찰에 대화록 발췌본을 제출한 것은 대선을 이틀 앞둔 12월17일이었다.

김 의원은 대화록을 어떻게 입수했을까? 우선 국정원에서 직접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원 원장이 하부에 지시했을 가능성인데, 이럴 경우 대선 전 대화록 사전 유출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합작'을 의심하게 만드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던 12월17일 원 원장이 갑자기 대화록 발췌본을 검찰에 제출한 것도 이런 가정을 전제로 하면 설명이 가능해진다.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연결 고리였을 개연성도 있다. 또 다음 정권에 줄을 대려는 국정원 내 또 다른 이들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이미 확보하고 있던 대화록을 곧바로 김 의원 쪽에 건넸을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이던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엔엘엘 발언' 최초 발설자라는 점이 이런 추정을 가능케 한다. 정 의원은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이 2009년과 2010년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대화록 전체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말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미 대화록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국정원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비밀에 관련된 사항은 모두 비밀관리기록부에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2급 비밀로 분류했다. 대화록을 열람할 때도 당연히 열람자와 열람 목적, 일자 등을 기록해야 한다. 대화록 일부 또는 전부를 복사·메모하는 행위는 금지되지만 국정원장이 허가할 때는 가능하다. 비밀취급 비인가자에게 비밀기록을 열람·공개할 때도 사전에 국정원장의 보안조치를 받아야 한다. 복사를 한 비밀기록에도 원본과 동일한 비밀등급을 명시해야 하고 사본 번호도 부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증거 확보가 가정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미리 준비해 온 '쪽지'를 꺼내들고 대화록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들을 죽 읽어 내려갔다. 총괄선대본부장이 이런 쪽지를 직접 작성하지는 않는다. 김 의원을 보좌했던 이들에 대한 검찰 조사 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학수고대'하다 못해 스스로 대화록 내용을 유출한 12월14일은 금요일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주말 유세였다. 부산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히 승부처로 생각하는 곳이었다. 이날 부산에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직접 내려가 격돌했다. 김남일 김수헌 기자 namfic@hani.co.kr

김무성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폭로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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