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무현 전 대통령, 2007년 NLL은 영토선..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50·사진)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그대로 두고 이 지역을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시 남북정상회담 전략팀 일원으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박 전 비서관은 이날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노 전 대통령은 김 국방위원장에게 'NLL은 현실적으로 남한에서는 영토로 인식되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분명히 전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비서관은 이날 정상회담과 사전·사후 대책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 등을 기록한 비망록을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제기됨에 따라 NLL 발언의 진실 공방은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비서관은 "김 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남측 NLL과 북측 해상경계선 사이에 서해 공동어로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NLL은 남한에서는 영토로 인식되는 힘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NLL 문제는 특구공단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며 "서해 해주지역에 공동어로구역, 해주공단 개발,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묶어서 포괄적으로 이용해 나가자"고 서해협력지대 설치를 김 위원장에게 역제의했다고 박 전 비서관은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은 'NLL 문제도 법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그게 뭐 금방 해결되겠는가'라며 '자기 주장만 강조하고 있는 북이나 남이나 평화협정을 논의할 때 다시 거론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비서관은 "결국 김 위원장은 오후 회담 전에 국방위 책임자급 장성들과 회의를 열어 노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지대 제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확인했다"고 한 새누리당의 주장과 다르다.
박 전 비서관은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청와대·관계기관 사전 준비모임에서도 NLL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NLL은 공짜로 주지 않는다"(2007년 8월15일 관저회의), "NLL 기본선을 지킨다는 전제로 해주 직항로만 해도 실리가 큰 것 아닌가"(2007년 8월18일 NLL 등 근본문제 전문가회의) 등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2007년 11월29일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서울 한 호텔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만났을 때 북측의 'NLL 개선' 요구를 남측이 거절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북측 김양건 대남 비서 겸 통전부장이 '북남 사이에서 NLL이라는 관념을 없애자'고 했지만 남측은 '선(NLL)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고 전했다.
< 구혜영·구교형 기자 kooh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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