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NLL 논란' 누가 키웠나

남승모 기자 2013. 6. 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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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담긴 서해 북방한계선, NLL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대선을 달군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느냐는 게 핵심이었다. 이후 검찰수사까지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 2월 대선 당시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주장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화록 내용이 정 의원의 발언과 취지상 부합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화록은 2급 비밀이라며 NLL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반발했지만 논란은 그것으로 잦아드는 듯했다. 그랬던 NLL 포기 발언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그것도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상황에서 터져나왔다. 새누리당은 전임 지도부의 국정조사 실시 약속으로 곤혹스러워 하던 때였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NLL 논란'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NLL 논란은 누가 다시 꺼낸 것인가?

◈ "NLL 논란은 국정원 시나리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황교안 법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현안질의가 실시됐다. 쟁점은 물론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조직적인 댓글 작업으로 여당 후보를 도왔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우리편이 아니다', '(원 전 원장이) NLL 대화록만 공개했어도 (대선에서) 쉽게 이겼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새누리당 도울 의도가 있었다면 NLL 대화록을 공개하지 댓글이나 달고 있었겠느냐는 얘기였다.

민주당 소속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마지막 질의를 통해 이를 조목 조목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질의내용 중에 NLL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이 우리편이 아니었다', '(NLL 대화록) 그것을 안 깠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발언들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저희당에 들어온 국정원으로부터의 제보는, (당시) 국정원에 2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거다. '원세훈 원장은 이것을 까지 말라고 안 까는 척하고 대신 검찰이 까라', 그래서 검찰에다가 그 서류를 밀봉해다 갖다 준거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이걸 깔까 말까 여러 번 그 당시에 000차장인가 확실히 생각 안 나는데 중심으로 회의도 하고 그랬다는 국정원발 제보다. 그래서 이건 완벽하게 시나리오가 있었던 거다"라며 국정원이 NLL 논란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NLL부터 시작해서, 제가 알기로는 NLL관련 발언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면 그런 내용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중간중간 오해 받을 부분만 축약해서 만든 그 보고서를 청와대에다 누군가 전달했고 그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이 받았다는 제보가 사실이라면 국정원 댓글 의혹에 버금가는 사건이다. 박 위원장은 황 장관에게 검찰이 이 부분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폭로와 수사 요구는 의도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 "박 의원 문제제기는 천만다행"

박영선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날 NLL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NLL 문제는 이미 검찰수사를 거쳐 사실 관계가 밝혀졌다. 박 의원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박 의원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같은 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또 올바른 역사 기록을 위해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번 기회에 전직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 방법은 단 한 가지,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내용 전문을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이다"라고 가세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아직 조사도 끝나지 않은 국정원 사건(정치·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기에 앞서 NLL 관련 국정조사에 먼저 응할 것을 요구한다"며 검찰 수사와 함께 NLL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다.

◈ "NLL 대화록 열람"…공방 확산

결국 지난 20일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37조 1항 3호에 근거해 국가정보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열람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검토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굴욕감으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 NLL 포기가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다"라며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은 제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은 발췌록 열람은 제2의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지난 대선 불법개입 헌정파괴 제1회 국기문란사건을 물타기 하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화록을 열람한 서상기 위원장 등 새누리당 정보위원 5명을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국정조사 VS 국정조사

국정원 국정조사 문제로 수세였던 새누리당은 즉각 NLL 대화록 전문 공개를 주장하며 공격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함께 NLL 포기 발언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하자며 역공을 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해묵은 NLL 관련 발언 논쟁을 재점화하려는 시도는 국익을 무시한 무책임한 시도라는 점을 지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선행된다면 대화록 전문도 공개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테이프 등 녹취자료 뿐 아니라 NLL에 관한 준비회의 회의록 등 회담 전의 준비 자료와 회담 이후의 각종 보고자료까지 함께 공개한다면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전면 공개를 주장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10.4 남북정상회담을 악용한 정치공작에 다시 나섰다"면서 발췌록을 열람한 새누리당을 겨냥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정쟁의 목적을 위해 반칙의 방법으로 공개함으로써 국가외교의 기본을 무너뜨리고,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공방 속에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나 박영선 위원장이 제기했던 국정원의 NLL 시나리오 의혹 모두 뒷전으로 밀린 셈이 됐다. 현재 여야 모두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애초 의도야 어찌됐든 차제에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국정원 NLL 시나리오 의혹, NLL 포기 발언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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