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밀양서도 송전탑 반대 주민 매수 시도"

이동렬 김이삭 2014. 9. 17. 04: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2월 직원이 1000만원 건네며 이장에 배달 요구… 주민 수령 거부

한전 "이장의 합의금 요청 거절, 시공사 현장소장과 거래일 뿐" 해명

한국전력이 경북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건의 여파가 다른 송전탑 분규 현장에도 미치고 있다. 돈으로 송전탑 반대를 막으려는 시도가 청도에서만 있었겠느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청도 돈봉투 사건 수사에 나선 경찰이 자금 출처도 수사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송전탑 반대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한전의 전방위 로비 실태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16일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 소속 김모 차장이 지난 2월 송전탑 공사 반대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 온 주민 A씨에게 마을 이장 송모씨를 통해 현금 1,000만원을 건네려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당시 송씨는 1,000만원 중 200만원은 자신 몫으로 빼낸 뒤 밀양시 모 단위농협 임원선거에 출마한 A씨에게 800만원을 주려고 했다. A씨는 당시 돈을 받지 않았고 송씨가 다른 주민 2명에게 부탁해 재차 전달하려고 했는데도 거부했다. 당일 소문을 통해 이런 정황을 눈치 챈 마을개발위원회의가 송씨를 추궁하자 그는 200만원을 따로 떼낸 사실과 한전 직원에게 돈을 돌려줬다는 사실을 자백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한전 김 차장은 '송씨가 두 차례 돈을 요구해 주게 됐으며, 그 돈은 (송전탑) 시공업체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당시는 주민들이 정 때문에 외부로 알리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경북 청도 사건 등 유사 사례가 있던 것으로 알려져 공개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경찰에 한전 측의 매수 시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는 "문제가 된 1,000만원은 이장과 시공사간의 돈거래로 한전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한전 관계자는 "송씨가 송전탑 설치공사 합의 시 한전이 마을과 주민들에게 지원하는 '지역지원사업비' 중 개별지원금(전체의 40%)을 미리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한전이 '합의 전 지급 불가' 입장을 전달하자 송씨가 송전탑 시공업체 현장소장한테서 개인적으로 1,000만원을 빌렸다가 나중에 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의 청도 돈봉투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이현희 전 청도 서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돈을 건넨 이모 전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의 자택과 차량 및 사무실, 송전탑 건설 현장 사무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한전 법인 계좌의 출납 내역과 자금 집행 관련 문서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 전 지사장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주민들에게 돌린 돈의 출처는 공금이 아니라 개인 돈"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실제 중간 수사 결과 이 전 지사장이 마련한 1,100만원은 각각 이 전 지사장의 통장(500만원)과 부인 통장(600만원)에서 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한전이 조직 차원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 무마용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이 전 지사장 등 직원들에게 분배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전 직원들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돈이 유입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자금 출처를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이동렬기자 dylee@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