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반대 '일리있다' 66%..한전 여론조사와 정반대

2013. 10.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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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한전 여론조사 문항 공개하라"…"문항에 문제 없었다"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우려에 국민 다수가 공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는 한국전력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와는 정반대되는 결과이다.

환경운동연합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역별 인구비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밀양 송전탑 건설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밀양 주민들의 건강/경관/재산피해 우려에 따른 송전탑 반대가 "일리 있는 우려"라는 의견이 62.9%, "근거 없는 반대"라는 의견이 30.5%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지중화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63.4%, "하지 말아야한다"는 의견은 21.6%였다.

또한 자택근처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응답이 53.9%였으며, 찬성한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다. 자택근처 초고압 송전탑 건설 관련 보상금 지급에 대해 45.5%는 '충분히 지급된다면 찬성 하겠다'고 밝혔고, '아무리 줘도 반대 한다'는 의견은 41.7%였다.

밀양 송전탑 문제가 지역이기주의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34.7%,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7.3%였다. 도시사람을 위해 시골사람을 희생시키는 에너지시스템이 밀양송전탑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9.3%,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1.2%였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전이 실시한 조사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라 논란이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 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밀양을 포함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송전탑 공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6%, 반대 의견이 22.5%였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 공권력 투입에 찬성하는 의견은 54%, 반대한다는 입장은 35.8%였다. 외부단체의 개입에 대해서는 65.6%가 반대했다. 이러한 여론조사에 대해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조사 의뢰 주체인 한전이 자신에게 유리한 문항들로 설문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문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 지난 7일 밀양시 상동면 옥산리 여수동에 위치한 126번 공사현장앞에서 밀양주민들이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이하늬 기자

한전의 여론조사와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오자 대책위는 다시 한 번 한전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전력의 여론조사와 전혀 상반된 견해가 나온 것은 한전의 여론조사가 응답률이 높지 않은 유선 전화로 이루어진 것에 비해 이번 여론조사는 실제 국민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통신 수단인 휴대 전화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밀양 송전탑 문제에 관하여 훨씬 더 실질적인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밀양 주민들이 8년 간 싸워온 이유와 대안에 대해 전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한전은 자신들의 여론조사가 '공사 재개 찬성을 유도하는 설문 문항으로 편향적이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과 아울러 설문 문항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맡겼고 여론조사는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설문 문항 공개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여론조사 결과가 쟁점은 아닌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공사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전 여론조사를 맡았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전 여론조사) 문항에는 문제가 없었다. 한전에서 요구하는 게 있어도 우리가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문항을 대폭 수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NLL 대화록 문제랑 비슷하게 문항 자체가 공개되면 또 다시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어 한전에서 (문항 공개에) 고심을 하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선 공개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오히려 환경단체 등이 오늘 발표한 여론조사 문항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의견을 물을 때는 찬성 반대 앞에 이유를 어떻게 넣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밀양 송전탑 주민들의 건강과 경관, 재산피해에 따른 송전탑 건립 반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묻고, 답변도 '주민들의 반대가 일리 있는 우려'라고 했다. 반대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워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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