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사태] 밀양 갈등 7년.. 작년까지 韓電사장 방문은 고작 2번

호경업 기자 2013. 5. 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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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공사 40일간 중단하고 전문가협의체 구성 합의.. 그동안 電力당국은 뭘했나] 한전 사장들, 原電 수주 등 생색나는 일에만 집중 김쌍수 사장때 갈등 커졌지만 3년간 한번도 안찾아가 골치아픈 현안, 다음 정권·사장에 넘기며 사태 키워 보상금 등 밀어붙이기식 대응으로 주민 신뢰 상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한 치 양보도 없이 갈등을 빚던 한국전력과 주민들이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40일간 공사를 일시 중단키로 합의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환익 한전 사장, 765kV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 등은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한전·반대대책위·국회에서 3명씩 모두 9명으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반대대책위 측이 요구해온 '기존 선로를 활용한 우회 송전'과 지중화(地中化·땅속에 묻는 방식) 작업 타당성 여부 등 대안을 검토한 뒤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가 보고서를 토대로 해결 방안을 권고하면 한전과 반대대책위 주민은 이 권고에 따르기로 했다.

2006년 밀양 송전선로가 확정되고 지금까지 7년여를 끌면서 갈등만 키워오다 결국 정치권이 개입한 것이다. 40일 뒤 해결책이 나오더라도 당초 예정했던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原電) 3호기의 연말 가동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3조2500억원을 투자한 원전의 송전선로를 만들지 못해 수개월을 놀려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140만㎾(킬로와트) 원전을 가동하지 못해 하루에 더 드는 전력 생산 비용은 56억원, 한 달이면 1680억원이나 된다. 전력 당국의 허송세월 대가가 이처럼 큰 것이다. 수조원이 걸린 국가사업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데는 한전과 전력 당국의 무책임과 무사안일, 정권 말 눈치 보기, 관료제 폐단 등이 뒤엉켜 있다.

①김쌍수 사장은 밀양 방문 0, 김중겸 2번

밀양 송전선로가 확정된 시기는 2006년. 그 이후 정세균·김영주·이윤호·최경환·최중경·홍석우·윤상직 등 산업통상자원부(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 포함) 장관이 7명, 한준호·이원걸·김쌍수·김중겸·조환익 등 한전 사장 5명이 이 문제를 담당했다. 이들은 대체로 밀양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008년 8월 공사에 착수하면서부터 밀양 지역에선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땅값이 떨어진다"는 말이 돌면서 반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김쌍수 당시 한전 사장은 3년 임기 중 한 번도 밀양을 찾지 않았다.

그를 이은 김중겸 사장은 1년 2개월 재임하면서 UAE는 네 차례나 방문했지만, 밀양에는 두 번밖에 가지 않았다. 심지어 2012년 초 밀양 주민 이치우씨 사망 사건 후 지경부(현 산업부) 차관이 밀양에 함께 가자고 했을 때 그는 "내가 왜 (장관도 아닌) 차관급과 거길 가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외부 종교·시민단체 인사들이 밀양 송전탑 반대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할 때였다. 한전 관계자는 "당시 사장들은 원전 수주 같은 '빛이 나는' 일에만 관심 쏟고, 갈등 사안인 송전선로 해결엔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②정권 이후로 일을 미룬 무책임

신고리원전에서 밀양을 지나 창녕 북경남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는 2010년 12월까지 준공될 예정이었다. 주민 반대에 부딪히며 작년 12월로 한 차례 미뤄졌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한전은 올 들어 연말에 가동을 시작하는 신고리 3호기를 감안, 늦어도 4월 말까지는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데드라인(마감)을 잡았다.

산업부 출신의 전직 국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어떡하든 합의를 봐야 했는데, 내 임기 때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지 않으려는 직무 유기가 이 지경까지 오게 했다"고 말했다. 장관과 사장이 바뀌는데 누구도 총대를 메고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전에서는 밀양 송전탑 문제를 가리켜 "경영진이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③관료제 폐단

한전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하며 주민들의 신뢰를 잃어 문제 해결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 조직은 '일제강점기 총독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료적이란 말을 듣는다. 그동안 토지 강제 수용을 가능하도록 규정한 '전원개발촉진법'에 기대어, 주민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적정한 피해 보상도 없이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해진 의원실 이춘우 정책실장은 "처음에 한전이 밀양시 전체에 주겠다고 한 금액은 36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전안은 보상금 165억원에 더해 해마다 24억원을 지역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설득 작업은 부족했다. 공사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측인 박상문 주민대책위원장은 "현재 보상안은 세부 사항이 없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방식에 안주하다 보니 불거진 문제를 제대로 해결도 못 하고 주민들과 소모적 대치 상황만 이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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