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尹, 女인턴 무마 불발되고 경찰출동하자 황급히 호텔떠나
미국에서의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사건 당일인 8일 오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 여성을 만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불발로 끝났지만 윤 전 대변인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사과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태 전개의 새로운 흐름으로 평가된다.
13일 문화일보 확인 결과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 6시 50분쯤 경제사절단 조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페어팩스 호텔을 출발했다. 그러나 7시 30분쯤 "피해 여성이 울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사과하기 위해 여성이 머물고 있던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가 호텔 방문을 두드렸지만 이 여성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는 바람에 만남은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윤 전 대변인은 7시 50분쯤 피해여성이 문화원 직원과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는 얘기와 곧바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호텔을 황급히 나와 경제사절단 조찬장으로 향했다.
이는 윤 전 대변인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허리를 툭 친' 정도의 경범죄(misdemeanor) 수준을 넘어 중죄(felony)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윤 전 대변인이 사고를 일으킨 7∼8일 밤새워 술을 마신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에게 "모닝콜을 잊지 말고 넣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방미를 수행했던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때는 7일 오후 9시 30분∼10시. 윤 전 대변인의 말대로라면 10시 이후에는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왔어야 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어 숙소 2층에 자리한 임시 행정실에서 현지 요원 등과 술자리를 가진 뒤 오전 3시쯤 호텔을 나갔으며 다시 2시간여 후에 만취한 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 일부 취재진에 의해 목격됐다. 즉 7일 오후 10시 이후 적어도 6∼7시간에 걸쳐 윤 전 대변인이 누군가와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행적은 불투명한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앞서 7일 밤 9시 30분부터 피해여성과 바에서 술을 마실 때 '나란히 앉아' 마셨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가 청와대 조사를 받으면서 "여성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가제트 팔도 아니고 어떻게 성추행을 할 수 있는가"라고 했던 것도 거짓 진술인 셈이다. 그는 9일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7일 오후 10시쯤 대사관 인턴 직원이었던 피해여성과 술을 마시며 "엉덩이를 만졌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일 오전 피해여성을 자신의 방으로 부른 당시에 자신은 '노팬티' 상태였다고 진술하는 등 성추행 사실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화원 여직원이 당일 경찰에 신고한 뒤 청와대 실무진도 이 사건을 처음 인지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진은 당일 오전 9시 30분 이남기 홍보수석에게 보고했다. 곧이어 영빈관 앞에서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대변인은 당일 오후 1시 35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시간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오후 3시쯤에는 국무부를 통해 주미대사관에 윤 전 대변인 성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 착수 공문이 전달됐다.
한편 워싱턴DC에서 LA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이남기 홍보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최순홍 미래전략수석과 최영진 주미대사가 4인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 LA에 도착한 이후 이 수석은 오전 10시 55분 방미 기자단의 숙소인 로스앤젤레스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브리핑을 열어 윤 전 대변인 경질을 발표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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