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관계자 "남양유업 과징금, 잘해야 수억원".. 처벌 실효성 논란

오창민 기자 2013. 5.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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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가 대리점에 성과급 지급 방식으로 판촉 활동했다면 공정거래법 적용 어려워"

대리점에 막무가내식으로 제품 밀어내기 횡포를 부린 남양유업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수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에 불과하다는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27일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남양유업 불공정행위의 과징금은 잘해야 수억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본사의 판매목표 달성이나 신제품 판촉 강요가 불이익을 동반한 구입강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본사 입장에서 보면 경영 활동이라고 반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우유시장이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남양유업 같은 회사의 대리점은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만약 남양유업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이나 안 팔리는 물건의 판매 촉진 활동을 했다면 공정거래법 등을 적용해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공정위가 남양유업의 대리점 강매 행위뿐 아니라 우유업계 전반의 밀어내기 횡포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의 법 체계상으로는 실효성 있는 처벌이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정위 조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대리점이 본사의 밀어내기가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사측을 두둔하고 있는 것도 공정위 조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남양유업 피해 대리점주들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김철호 변호사는 "공정위 심사기준을 보면 판매목표에 미달했을 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공정거래 행위이지만 판매목표를 넘어섰을 때 주는 인센티브는 괜찮다"며 "기업들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물량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공정거래법 체계로는 대리점에 대한 대기업 본사의 횡포를 근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법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조차도 법원에서 제동당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2007년 1월 현대차가 대리점에 목표를 할당하고 부진한 대리점을 제재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5억원을 부과했다. 현대차 대리점주들이 2003년 본사 측에 불공정거래 행위 중단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같은 해 기아차 대리점주들도 가세했고, 지속적인 집단행동과 시정요구에도 본사가 들어주지 않자 대리점협의회는 2005년 현대차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밀어내기 관행을 확인해 2007년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듬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위법하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판매목표 설정으로 달성하려던 것은 매출신장으로 인한 이윤 극대화일 뿐 대리점을 압박해 퇴출하거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던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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