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우유' 남양 홍 회장 6살 손자는 20억대 주식 부자

입력 2013. 5. 12. 18:00 수정 2013. 5.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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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너의, 오너에 의한, 오너를 위한 '남양유업'

상명하복·공격 마케팅·일감몰아주기

총체적 난국 바탕엔 '오너 일가' 있어

6살 손자포함 홍회장 일가 지분 22%84살 노모는 등기이사 아들은 상무회사 곳곳에 가족들 한자리씩 차지동생 광고회사 취급액 99% 남양서

상명하복식 기업 문화, 앞뒤 안가리는 공격적인 마케팅, 가족들의 경영 참여, 관계사에 일감 몰아주기…. '욕설 영업' 파문을 일으킨 남양유업은 국내 대기업의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눈길을 끈다.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는 홍원식(63) 회장이다. 밀어내기 이유로 꼽히는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끌어올리기 역시 홍 회장의 방침과 밀접하게 닿아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일선 영업의 무리한 밀어내기는 위에서 내린 매출 목표 압박 등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홍 회장은 그 동안 경영을 꼼꼼하게 챙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남양 쪽은 "홍 회장이 현재 경영에서 손을 놓았고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기 때문에 사태에 대한 책임과 거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회사 지배구조와 거래관계 등을 보면 오너 일가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회사의 설명을 무색하게 한다.

창업주인 고 홍두명 명예회장의 큰 아들인 홍 회장은 현재 남양유업 지분의 19.62%를 쥐고 있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부인이나 동생 등 외에 손자인 홍 윌리엄(Hong William)도 올라 있다.

올해 6살인 홍 군은 이 회사 주식 1794주(지분율 0.25%)를 소유하고 있다. 대기업 정보제공 업체 '재벌닷컴'이 최근 밝힌 국내 어린이(만 12세 이하) 주식 부자 현황을 보면, 홍 군의 주식 평가액은 20억6000만원으로 22위에 올랐다. 그는 기업 공시에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고 있어 영어권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 홍 회장이 손자에게 주식을 물려줄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는데, 남양 쪽은 "귀한 손을 보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주식을 선물로 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의 중요 의사 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 구성을 보면 7명의 이사 가운데 홍 회장과 함께 어머니인 지송죽(84)씨가 올라 있다. 지씨는 창업주 고 홍두영 회장의 부인으로 1986년부터 28년 동안 이 회사의 비상근 등기임원으로도 재직 중이다. 지씨는 이름만 올라 있을 뿐 맡고 있는 직위나 담당 업무 부분은 아무 내용 없이 비어 있다.

공시자료에 나오는 지난해 남양의 등기이사에 대한 지급 보수는 모두 28억원가량으로 1인당 평균 2억6000만원이다. 홍 회장의 아들인 홍진석(37)씨는 이 회사 기획본부 상무로 재직중이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동생 홍우식(60)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광고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광고 제작 및 대행사인 서울광고는 지난해 전체 취급액 399억원 가운데 99% 이상(397억원)을 남양유업으로부터 수주했다. 전년에도 수주액 432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남양유업이 준 물량이었다.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을 등에 업고 낸 수익을 바탕으로 과도한 배당을 해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13억원으로 당기순이익 12억8500만원 보다 많았다. 전년에는 더 심했다. 17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해 당기순익 대비 배당의 비율(배당성향)이 무려 170%에 달했다. 서울광고는 홍우식 대표 외 2인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즉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가 광고비 등으로 서울광고에 지급되고, 이 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은 배당을 통해 남양유업 대주주 가족 등이 가져간 셈이다. 반면 남양유업의 최근 3년 배당성향은 1.4%에 불과하다.

남양유업의 법 위반과 공격적인 경영이 문제를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 회장은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2003년 건설사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려 구속된 전력이 있다. 충남 천안의 목천공장 신축 과정에서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13억원을 받은 혐의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었을 당시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에 멜라민이 들어 있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타사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방식의 광고를 내 지탄을 받기도 했다.

남양유업 사태는 경제민주화 논의를 계기로 촉발된 대기업 및 대주주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한층 높이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한국 기업 정서에서 오너나 관리자는 성과만 내면 된다는 식의 독불장군 리더십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 평판 리스크의 확대를 지렛대로 삼아 이런 의식을 변화시키는 회사와 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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