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정원 증거조작 수사 검찰 '굳게 믿고' 패러디 낳아.. 불신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친절한 쿡기자] 국가정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굴욕'은 59일간 사건을 조사하고 수사한 검찰에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16일 SNS엔 검찰발(發) "굳게 믿고 위조하면 날조가 아니다"란 패러디가 나돕니다. 이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거나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들과 합쳐져 2014년 최고의 수사기관 '말말말'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말을 직접 하진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을 지휘한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지난 14일 국정원 직원 2명을 추가 기소하면서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가 아닌 형법상 모해증거위조를 적용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간첩 의심을 받는 유우성씨가 2006년 실제 북한으로 갔다고 판단하고 증거를 '위조'한 만큼 북한으로 간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날조'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윤 부장은 "날조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헐뜯기 위해 사실에 맞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미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법리 해석에 기초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말장난이 아니라 법의 이치가 그런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한 인터넷 언론이 "'굳게 믿고 위조하면 국보법상 날조 아니다'는 검찰"이란 헤드라인을 뽑으며 시작됐습니다. 모든 말들을 그대로 실을 순 없으니 제목으로 압축한 결과입니다. 트위터엔 이 제목을 리트윗하면서 "굳게 믿고 죽였으면 살인 아니다" "굳게 믿고 훔쳤으면 절도 아니다" "굳게 믿고 친일하면 매국 아니다" 등등으로 패러디했습니다. 심지어 새누리당으로 돌아온 문대성 의원을 빗대 "굳게 믿고 베꼈으면 표절 아니다"란 글도 등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남재준 국정원장 그리고 636쪽짜리 '국가보안법'의 저자 황교안 법무장관까지 릴레이 사과를 했지만, 검찰이 국정원을 봐주었다는 불신과 불만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믿고 싶은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검찰이 직접 하지 않은 말을 '굳게 믿고' 리트윗했다가는 봉변당할 수 있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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