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빌미 비공개 재판.. '수상한 증거' 묻혔다

장은교·류인하 기자 2014. 3.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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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안사건 대부분 수용여론 검증은 철저히 차단돼검사도 "공개될 땐 더 긴장"

재판은 공개 재판이 원칙이지만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처럼 많은 공안사건들이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된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비공개를 요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거의 수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 등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나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문제점들이 쉽게 묻힌다. 유씨 사건도 1심 재판 때부터 증거조작 의혹 등이 노출됐으나 대부분의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여론화가 되지 못했다.

법원조직법 제57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결정으로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 조항을 이용해 많은 공안사건에서 검찰 측 증인에 대한 신문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한다. 유씨 사건에서도 유가려씨와 국정원 직원들, 탈북자들 등 검찰이 신청한 모든 증인에 대한 신문이 비공개로 이뤄졌다.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비공개결정신청을 기각하는 일은 거의 없다. 유씨의 지난 1심 재판부도 "국가의 안녕질서를 위해 신문절차의 공개를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국가의 안녕질서'라는 모호한 이유로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기는 쉽지만 정작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공개로 하고 싶다는 입장을 관철하기는 어렵다. 형사소송법 304조, 형사소송규칙 136조에 의해 검사 또는 피고인(변호인 포함)은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의신청을 기각하면 다시 항고를 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유씨와 변호인단은 원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공개 재판과 비공개 재판이 법원과 검찰에 주는 무게감은 다르다. 한 중견 검사는 "방청객이 많거나 특히 언론에서 주목하는 재판은 아무래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증거 신청이나 채택 과정부터 좀 더 신경 쓰게 되고, 공판부 검사 대신 수사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보안법 사건 때마다 특별한 사유가 없어 보이는데도 검찰이 비공개 재판을 요구했다"며 "돌이켜보면 내가 재판했던 사건들 중에서도 검찰이 증인이나 관련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장은교·류인하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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