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구금 유씨 동생 "조사관이 '싸가지 없는 X' 등 욕설·강압"

장은교 기자 2014. 3.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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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 사건' 1심 비공개 재판 과정 무슨 일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은 탈북 화교인 유가려씨가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오빠(유우성씨)는 간첩"이라고 한 발언을 근거로 시작됐다. 유씨는 1심 재판에서 "합동신문센터에서 가혹행위와 위협 때문에 허위진술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이 제시한 각종 정황증거도 객관적 사실과 모순돼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초 터진 직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후 재판 과정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주요 증인들에 대한 심문이 검찰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유씨와 국정원 조사관 등 주요 증인들의 법정 증언을 토대로 사건의 논란을 재구성해봤다.

▲ 베일 속 6개월여간 신문"오빠가 시인… 처벌 위협" 허위진술 유도·짜맞추기조사관 "먼저 털어놔 놀라" 엇갈린 증언… 결국 무죄

■ 베일 속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는 탈북자들이 국내에 정착하기 전 신분을 조사하는 곳이다. 주로 위장간첩이 있는지를 조사한다. 소재지도 내부 구조도 철저히 비공개다. 그러나 1심에서 유가려씨와 국정원 조사관들의 증언으로 합동신문센터의 내부 구조가 일부 확인됐다. 유씨는 2012년 10월30일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바로 센터로 연행돼 2013년 4월26일까지 독방에서 지냈다. 국정원 조사관은 독방 대신 '1인생활실'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방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다.

잠금장치가 문밖에 있기 때문에 혼자서는 나갈 수 없다. 조사관은 "안에서 벨을 누르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6시30분 일제히 기상점검을 한다. 방에 달력도 없다. 국정원 조사관은 "(탈북자들이) 일자별 조사내용을 써 (외부로 유출하는)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날짜를 알지 못하게 한 뒤 조사관들이 진술 날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증언대로라면 탈북자들은 교도소보다도 못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국정원은 인신구속영장도 없이 이 시설에 탈북자들을 최장 180일까지 구금할 수 있다.

■ 가혹행위와 유도진술 논란

유가려씨는 센터에서 '대머리 조사관'과 '아줌마 조사관'에게 가혹행위를 당했고, 허위자백 후 '큰삼촌팀'이라는 사람들에게 다시 조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중 아줌마 조사관은 법정에서 "가려와 나는 엄마와 딸 같은 관계였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에 "누구보다 내 진술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 없는 일을 만들고 왜 마지막까지 허위진술을 받으려 했나. 그게 진짜 나를 딸처럼 생각한 것이냐"며 울부짖었다.

조사관들은 "반말을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유씨는 " '질긴 X, 싸가지 없는 X' 등 수없이 욕설을 들었다"고 했으나, 조사관들은 "화교라는 사실을 계속 인정하지 않아 '너 참 질기다'라고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조사관들이 자신에게 '회령 화교 유가리(중국식 이름)'라고 쓴 명찰을 붙인 뒤 다른 탈북자들이 보도록 세워뒀다며 자신을 조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관들은 "자꾸 부인하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 명찰을 달아야 한다고 했으나 유씨가 상처받을 게 걱정돼 만류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오빠의 간첩행위를 처음 진술하게 된 경위도 엇갈린다. 유씨는 화교 출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얼마 뒤 조사관들이 "오빠의 간첩행위에 대한 물증이 있고 이미 다 시인했다"며 진술을 유도했고, 나중에는 "남한에서는 간첩죄보다 진술번복죄가 더 크게 처벌받는다"며 법정에 나갈 때까지 '단도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관들은 "화교라는 사실을 시인한 유씨가 갑자기 오빠가 간첩이라고 털어놓아 우리도 놀랐다"고 주장했다.

■ 수상한 검찰

유가려씨는 법정에서 검사의 수상한 점도 수차례 증언했다. 유씨는 검사가 법정에 낸 증거와 자신의 허위진술이 맞지 않자 "검사와 수사관이 내 앞에서 '맞지 않네. 어떻게 맞출까. 맞지 않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유씨는 또 "검사가 나에게 '국정원에서 기초를 다 만들어 틀을 잡아주니까 우리(검사)들은 손대지 못한다'고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유우성씨 측 증인으로 나온 화교 출신의 ㄱ씨도 검사로부터 부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2012년 1월 설에 유씨 가족이 자신의 가족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북한에 갔을 리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자 검사가 화를 내며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24시간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증언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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