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 조작] 국정원 개혁 벼르는 야권 "대공수사권 이관 손댈 수밖에.."

강윤주기자 2014. 3. 12. 03: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 증거 검증 국정원에 맡긴 채 전혀 지휘 못해국정원장 독립성 확보 위해 임기제·국회 동의 추진

서울시 간첩 증거 조작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특히 야권은 국정원의 권한 오ㆍ남용 방지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선개입 사건으로 함께 제기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는 분단 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마무리된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 이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고 흐지부지된 이유다. 그러나 간첩사건 수사과정에서 증거조작이라는 중대사안이 불거지면서 대공수사권을 손 댈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정원이 대공 정보수집과 수사권을 함께 가지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수사권을 검찰이나 경찰로 떼어내 관리 감독을 받는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수사권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의 수사 지휘 아래 적법 절차를 거쳐 행사돼야 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사실상 이 모든 원칙에서 벗어나 있어 견제 자체가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대공수사에 한해서는 검찰이 증거에 의심을 품더라도 입증 책임을 국정원의 '셀프 검증'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은 무소불위의 국정원의 눈치를 보느라 검찰의 기소독점권과 수사지휘권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 소속 민주당 김현 의원은 "선진국 어느 정보기관도 수사권까지 가진 데는 없다"며 "국정원의 권한 오용을 막기 위해서는 수사권 이관, 예산 통제, 전임 상임위화를 통해 국회에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드러난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는 박근혜 정부의 공안드라이브 속에서 실적을 내기에 급급했던 데 원인이 있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남재준 원장 체제 들어서 대북정보 및 공안 기능 강화를 강조했는데 그 결과가 이번 증거 조작사건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흠집내기 위한 공작적 차원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는 국정원의 정치적 종속성과 무관치 않아 국정원장 직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정원 개혁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문병호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국정원장의 정치적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아 초래된 측면이 크다"며 "지금은 인사청문회만 거치도록 돼 있지만 국회 임명 동의절차와 임기제 도입을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과 달리 국정원장 직을 여전히 정치적 자리로 두고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IA나 영국의 MI5는 국장급으로 실무 전문가가 수장을 맡고 있지만 국정원장은 청와대 직속의 부총리 급이라 대통령의 의중과 정치적 영향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선진국 중에 우리나라처럼 정보기관의 수장 직급이 높은 나라가 없다"며 "정치적 색채를 띨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보의 조작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청와대 직속인 국정원을 국무총리 산하기관으로 내려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법안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친박계 유승민 의원, 친이계 김용태 의원 등 새누리 당내에서도 남 원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