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휴일 밤 느닷없는 '발표문'

이지선 기자 2014. 3. 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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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의혹 물의 송구".. 위조는 인정 안해

국가정보원은 9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오후 8시48분쯤 기자들에게 '국정원 발표문'이란 제목의 e메일을 보내 이같이 말하고 "국정원은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다"고 했다.

국정원은 그러나 문서 위조 자체에 대해선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 진행 과정에서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3건의 문서를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며 "하지만 이 문서들의 위조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 공문서를 위조한 과정에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증거와 증언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을 설명하면서 수사 정당성을 강조할 뿐 직원의 관련성, '윗선'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휴일 밤 느닷없는 발표문을 통해 국정원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여론의 비판을 비켜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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