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조세회피처 투자 6년간 10조
재벌이 지난 6년간 조세회피처에 투자한 금액이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이 조세회피처 자회사에 남겨둔 유보소득은 국세청 신고액만 한 해 3000억원에 육박했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의원(민주당)이 국세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법인 및 개인의 조세회피처(국세청 기준 50개국) 해외 투자금액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162억6400만달러(약 18조2243억원)였다.
이 중 재벌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6년간 총 9조8340억원을 투자했다. 조세회피처 전체 투자액의 53.5%에 이르는 액수이다.
재벌기업의 투자금액은 2007년 6512억원에서 2012년 2조3532억원으로 1조7020억원 증가했다. 5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6년간 3조9352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투자금액의 21.9% 수준이다. 2007년 6495억원에서 2012년 6683억원으로 투자금액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재벌기업과 대조됐다.
재벌기업이 조세회피처에 묻어둔 유보소득은 3000억원에 육박했다. 조세회피처 유보소득은 2013년 세법개정안에 조세회피처 유보소득 미제출자에 가산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세청이 기업들의 자발적 신고를 받아 이번에 최초로 집계한 것이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1년도 사업분 해외 유보소득 총액은 3197억원이었고, 이 중 재벌기업이 신고한 것은 22건에 2963억원으로 전체 유보소득의 92.7%에 달했다. 중소기업은 3건에 23억원, 중견기업 등 기타 8건에 210억원이었다. 기업들이 신고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실제 유보소득은 국세청 집계액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10억원 이상 해외 금융계좌는 올해 현재 678개 22조8000억원이었다. 310명의 개인이 1124개 계좌에 2조5000억원, 368개 법인이 5594개 계좌에 20조3000억원을 넣어두고 있다.
홍종학 의원은 "조세회피처 국가에 대한 재벌기업의 투자금액이 최근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이들 국가로부터 올린 재벌기업의 유보소득이 자진 신고된 것만 한 해에 3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해외로 국부가 유출되고 해외에서 세금이 탈루되는 것은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조세회피처 세금 포탈에 영구히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개정안은 해외 탈세에 소멸시효를 정지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소득세와 법인세는 10년, 상속세와 증여세는 15년이 경과하면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남겨둔 것이다. 조세회피처에 남겨진 유보소득은 자금세탁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총수 일가의 비자금으로 사용되거나 편법 증여자금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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