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진주의료원 '출구찾기'..홍준표, 500억 카드 '흥정'
[한겨레] '폐업사태' 기류변화 조짐
이정현 수석 "최악상황은 안돼"
직무유기 비난에 '정상화' 선회
경남도 "구조조정에 500억 필요"
지난달 제안…정부 수용 불투명
일각선 "정부간섭 차단용" 분석
도의회, 18일 폐업안 상정 예정
경남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보는 청와대와 정부의 기류가 '진주의료원 정상화' 쪽으로 돌아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일 "(진주의료원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히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 '폐업이 아닌 정상화'를 촉구한 대목에서 확인된다. 홍 지사는 폐업 방침을 고집하면서도 이날 정부에 500억원을 요구해 향후 태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이정현 수석의 발언은 경남도의 폐업 방침에 대해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수석을 만난 김용익 의원 등 민주통합당 보건복지위 의원단은 "이 수석이 '(진주의료원 사태는) 조정하는 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수석이 거리낌 없어 보였다. 장관이 현장에 내려가고, 청와대에서 야당 의원들을 부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중 국회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간사도 "진영 장관도 내려갔으니 경남도, 의료원, 노조가 모두 잘 협의할 것이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잘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일이라며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던 청와대와 정부가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과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의 부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수수방관하면 박 대통령의 의료복지 강화와 지역 공공병원 활성화 정책이 무너지고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진 장관을 만나고 난 뒤 홍 지사는 경남도의회에 나와 "진영 장관은 취임 뒤 국회 데뷔를 앞두고 야당의 집요한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상황을 보러 왔다"며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홍 지사는 이날 진 장관에게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정부에 500억원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정장수 경남도 공보특보는 "의료원 정상화를 위해선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500억원은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지급할 위로금, 지난해 말 기준 누적부채 279억원 변제금, 최신 장비 구입비 등을 합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를 방문했을 때 진 장관에게 '진주의료원을 국립의료원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500억원을 지원하라'고 제안했다고 정 특보는 전했다. 이런 제안에 "진 장관은 지난달에도, 오늘도 펄쩍 뛰었던 것으로 안다"고 정 특보는 덧붙였다.
정부가 홍 지사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진 장관과 동행했던 양병국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원 논의는 아직 없다.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그때 가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에만 500억원을 지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의 구조조정 방안을 찾으려고 정부를 상대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던짐으로써 정부의 간섭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이 철회되지 않은 만큼 여권의 기류 변화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보건의료노조 등은 복지부가 더욱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여권의 변화 기류가 정권 초기 부담 덜기인지, 여권 내부의 책임 떠넘기기인지 아직 불분명해 보인다. 결정을 내리려면 빨리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장관은 "의료법 59조에 있는 진주의료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기보다 지금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고 복지부 관계자가 전했다.
경남도의회는 오는 18일 진주의료원 해산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이 복지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18일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은 경남도의회 본회의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손준현 기자, 창원/최상원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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