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부동산 대책 효과?.. 호가 거품! 거래 실종!

고찬유기자 김민호기자 2013. 4. 26.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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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논의 과정 혼선에 거래절벽·기대심리 격차..
"매수·매도 가격만 벌어져 달라진 것 없이 되레 역효과"
강남 일부 매매가 상승도.. 재건축 등 다른 요인 작용

"도대체 어디 집값이 올랐죠, 여기 3시간만 앉아 있어봐요. 전화 한 통이 오나."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H공인중개사무소의 양모(59)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4ㆍ1 부동산대책 덕에 강남 집값이 들썩인다는 소리를 도무지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24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가량 기다렸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양씨는 "오늘 단 한 통도 못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인근 부동산들도 "4ㆍ1 대책이 오히려 거래를 죽였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만 잔뜩 키우고 거래는 끊긴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각종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마다 이목이 집중되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들도 반응이 심드렁했다. B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전화가 하도 안 와서 기도할 지경이니 같이 앉아 기도 좀 하고 가라"며 "크게 달라진 게 없고, 도리어 매수 매도 가격차만 벌어져 거래가 안 된다"고 푸념했다.

서울 강남권은 부동산시장의 아랫목에 해당한다. 이곳이 뜨거워져야 다른 지역(윗목)까지 온기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력 종합영양제'에 비유되던 4ㆍ1 대책이 강남에서 약발을 의심받고 있다.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오른 곳이 있는 반면 거래가 오히려 죽었다는 지역이 혼재한다. 통계는 대책의 효과를 어렴풋이 증명해주지만 정작 거래 일선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항변한다.

매매가격 추이만 따지면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확실히 올랐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전용면적 81.75㎡) 매매가격은 10억4,000만원(19일 기준)으로 지난달 29일보다 5,500만원 상승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78㎡), 개포동 주공2단지(전용 54.46㎡)도 1,500만~3,25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상승했다.

그러나 현장의 진단은 사뭇 달랐다. 20일 새 5,000만원 이상 오른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단지인지라 4ㆍ1 대책보다 서울시의 스카이라인 계획(최고 50층까지 허용)이 즉효였다는 것이다.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8일 3채, 21일 3채, 23일 1채 등 거래가 있었지만 이후 호가가 12억6,000만원까지 오르는 바람에 매수자들이 따라붙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대치동과 개포동도 4ㆍ1 대책으로 신규 매매가 창출돼 가격이 올랐다기보다 이전부터 협상이 진행 중이던 계약이 탄력을 받은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미 강남4구는 올해 1~3월 아파트 매매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할 정도로 자생력이 살아나고 있었다.

문제는 4ㆍ1 대책 발표 이후 여야 정쟁 탓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거래 절벽'과 매수매도 주체간 '기대심리 격차'가 발생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는 끊기는데 호가만 오르는' 이상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다.

잠실 C공인중개사 최모(54)씨는 "너무 조용해 차라리 '역효과'라 불러야 할 정도"라고 했다. "앞으로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데 양도세 면제해 봐야 누가 빚내서 사겠느냐"(개포동), "취득세 감면도 6월이면 끝난다. 생애최초 취득세 면제는 또 연기해? 정책들이 한시적이고 그나마도 매일 바뀌어서 헛갈리는데, 누가 사러 오겠냐"(잠실) 등의 불만이 이어졌다. 개포주공3단지 Y부동산 안모(62)씨는 "대책 이전보다도 못하다. 차라리 발표하지 말든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래도 강남과 목동을 중심으로 호가는 1,000만~2,000만원 상승세다. 매수자들은 여전히 구매력이 약하고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도 없는 반면, 매도자들은 이 참에 더 높게 팔려고 매물을 걷어들이거나 더 높은 가격을 부르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그러니 실제 거래가 될 리 없다. 개포동 K공인중개사 노모(56)씨는 "매수자들은 몇 달 전 가격을 생각하고 문의를 하는데, 집주인들이 4ㆍ1 대책 발표 이후 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흥정을 붙이기조차 힘들다"며 "3월보다 거래가 더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대책 발표 후 매도자가 호가를 높이고 있지만 실물경기 침체 탓에 매수자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긴 어려워 보인다"며 "정부 정책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오락가락하고 틀어지다 보니 시장 신뢰마저 꺾였다"고 지적했다.

1분기 전셋값 상승폭 둔화… "통계상 착시 현상" 지적도

고찬유기자

25일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3월 전국 주택의 전셋값은 0.4% 올랐다. 최근 28년간(1986~2013년) 3월 평균 상승률(1.4%)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1, 2월에도 상승폭이 각 0.2%, 0.3%에 그쳤지만 3월이 이사가 집중되는 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전세대란이 벌어졌던 2011년 3월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1.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전세 물량이 올 들어 속속 재계약을 할 시점이라 최근 전셋값 상승폭 둔화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오피스텔 등 전세대체재 등장에 따른 이사 수요 감소 및 이사 시점 분산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기존에 원체 많이 올라 통계상 상승률만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착시현상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3,000만원이 올라도 2억원짜리 전세는 15% 상승이지만 3억원짜리는 10%에 불과하니 상승폭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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