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기 잃었다" 고백.. 追更(추경: 추가경정예산) 편성해 경기부양 추진
박근혜 정부가 경제의 출발을 밑바닥으로 내려와서 시작했다.
28일 새 정부가 처음 내놓은 경제정책 방향 발표문은 "우리 경제는 활기를 잃어가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고 고백했다. 야당 대변인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재야 학자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던 평가다.
정부가 이날 전망한 올해 성장률 2.3%는 한국은행(2.8%)·한국개발연구원(3.0%)·LG경제연구원(3.4%) 등 주요 경제 기관 전망치보다 훨씬 낮다.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거 때의 '747공약(성장률 7%, 1인당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 대국)'을 의식해 '6% 내외'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MB 정부가 보잉기를 타고 붕 뜬 상태로 하늘을 보고 출발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냉정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바닥을 발로 디디며 출발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저성장을 하고 있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회복 속도가 느리고 내수 상황도 올해 들어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세부 방안을 여당과 협의하고 있다.
◇전직 장관들 "지금이 바닥이라고 신호 주는 효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골자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라며 "얼마나 민생이 어렵고 힘든지부터 철저히 파악하고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바닥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으니, 하루빨리 경기에 온기가 돌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완전히 결정되지 않은 경기 부양 카드는 아예 자료에 담지 않았고, 재정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고 인정했다. 현실이 어렵고 이를 돌파하려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경제를 보는 눈높이를 낮춘 것이 "지금이 바닥이니 안심하라"는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낮춘 것은 지금 상황에서 당연하다"며 "그런데 2.3%까지 낮춘 것은 이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게 않겠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만약 이 수준이 위협받을 경우 정부가 막을 것"이라고도 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새 정부가 출발할 때 낮게 보는 게 당연하다. 목표 맞추기 어려운데 상황을 좋게 봐서 위험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정부 경제참모 "세입 부족 메우는 추경 정도론 경기 부양 효과 없어"
반면 신정부 경제참모들 사이에선 정부가 심각하게 경제 상황을 인식한 것에 비해 대응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정부가 부족한 세입을 메우기 위한 추경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이견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경제정책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 김광두 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하며 "청와대와 정부가 부족한 세입을 메우는 추경이 급하다고 했는데,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으로 보기 어렵다"며 "추경은 기존 정부 지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볼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예산을 더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원동 경제수석은 이날 청와대 기자 간담회에서 "작년과 올해 세입 부족이 우려된다"며 "현재로선 지출 확대보다 부족한 세입을 메우는 추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국회의원은 정부가 성장률을 지나치게 낮춘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박 대통령의 정책 참모로 분류되는 이 국회의원은 "정부의 경제성장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며 "민간 연구소도 이보다는 높게 (성장률을) 전망하는데, 정부가 성장률을 높게 정했다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받을 비판을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
원래 정해진 예산 외에 돈을 더 쓸 필요가 있을 경우 짜는 예산을 말한다. 대규모 자연재해·경기침체·대량실업 등으로 편성 조건이 법으로 제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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