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實名 보도'의 파장/권병석기자

입력 2013. 3. 25. 17:08 수정 2013. 3. 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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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성접대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언론이 앞다퉈 이들에 대한 신상 공개에 나섰다. 실명이 보도된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옷을 벗었고 또 다른 이는 사실이 맞다면 할복까지 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중이 관심을 보일 만한 드라마틱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고위 공직자 다수가 연루된 성접대를 기본 뼈대로 시골 호화별장, 스폰서인 건설업자, 여성 사업가, 가정주부 등 배경부터 등장인물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잘못을 하면 실명 공개는 물론 법적 처벌 등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이슈가 되는 사건일수록 경쟁적 보도를 통해 '~카더라' 식의 보도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항간에는 성접대와 관련 없는 인사들의 이름까지 무차별로 나돌고 있고 성적 행위에 초점을 맞춘 자극적인 뉴스도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동안 누가 연루됐고 성접대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명단을 입수하고 서로 정보가 맞는지 비교해보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은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의 중요도에 가려지거나 독자의 알권리라는 이름 아래 잊혀지기 십상이다.

실명을 알려서 범죄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 등 사회적 이익이 크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반대로 사회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실명 보도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법적 재판을 받기도 전에 여론 재판을 통해 평생을 쌓아 올린 명예나 인권이 일거에 무너지기는 쉽지만 이를 회복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 때문이다.

언론사마다 명확한 보도기준을 세우고 보도 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sk73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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