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언론은 왜 고위층 성접대 동영상을 대서특필할까

2013. 3. 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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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슈 집어 삼키는 블랙홀과 같다"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 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한 건설업자의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접대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서도 초기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 문제를 보도하고 있으며 초기 보도를 주도한 한 언론은 이 고위공직자의 실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언론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드라마적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접대, 시골의 호화별장, 스폰서인 건설업자, 여성 사업자, 유명 프로골퍼의 부친, 병원장, 브로커, 가정주부, 문화예술인, 연예인까지 등장하는 등 이른바 '막장 드라마' 갖춰야 할 대부분의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동영상'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언론은 왜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의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대서특필할까"라는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접대 의혹'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냐?

= 이번 사건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이었는데 의외의 곳으로 불똥이 튀면서 확대되고 있다.

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사교육 업체를 운영하는 A여인이 내연의 관계를 맺어오던 건설업자 B씨를 공갈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부터다.

A여인은 B씨가 돈 15억 원(일부에서는 18억)과 고급 외제승용차를 돌려주지 않자 경찰에 공갈 등의 사유로 고소했다. 그러면서 사업가 P씨(유명 프로골퍼의 부친)에게 승용차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P씨 등이 견인차를 동원해서 승용차를 찾아왔고 이 승용차 안에서 B씨가 찍어서 보관하고 있던 문제의 '동영상'이 담긴 CD가 여러 장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P씨 등은 승용차를 A여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팔아버렸고, 차량을 돌려달라고 하자 유력인사가 등장하는 문제의 동영상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면서 '누님 것도 있네요'라면서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A여인에게 보낸 동영상이 1~2분 정도의 분량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사정당국의 고위공직자로 알려지면서 사건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실제로 문제의 '동영상'이 존재하나?

= 아직까지 직접 동영상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도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렇지만 경찰의 동영상에 대한 발표를 종합해 보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예를 들자면 "없다고 한다"거나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거나 "있다고 하는데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는 식의 발언이다.

경찰이 고소인인 A여인을 조사했는데 "동영상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그런 동영상이 있다는 얘기) 들었다는 정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A여인은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동영상의 존재여부에 대한 의혹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 동영상을 본 것으로 알려진 A여인의 변호인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언론인이 동영상을 봤느냐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만 대답했다고 한다. 못 봤다면 아니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은 우회적으로 본 사실을 확인해 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동영상을 본 한 법조인이 "고위 인사의 얼굴이 확인됐다"는 얘길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의 발언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찰은 동영상을 확보한 바 없다"면서도 "A여인으로부터는 동영상이 있다는 진술만 받았고 동영상 받지 못했다. B씨 조카로부터 노트북 제출 받았고 분석해봐야 안다"라고 말했다.

- 결국은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얘기 아니냐?

= 그렇다. 결론적으로는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경찰이 애매하게 발표를 하거나 경찰 관계자의 이름으로 보도가 되는 걸 보면 경찰의 발언이 '동영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조금 더 지나면 "경찰이 동영상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동영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는 식의 발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동아일보는 오늘자(21일자) 1면 머리기사로 "경찰이 문제의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경찰이나 검찰,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동영상'의 존재를 공개하거나 하다못해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전까지는 동영상이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실제로 동영상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동영상이 범죄 혐의와 관계가 없다면 존재 자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동영상이 실제 성접대 장면을 촬영한 것인지 음란물 동영상인지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B씨가 '동영상'을 무기로 고위공직자를 협박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범죄혐의(공갈)를 입증하기 위해 '동영상'의 존재는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의 관련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의 실명을 공개할 수는 없나?

= 오늘(21일) 조선일보가 실명을 공개하고 나섰다. 1면과 11면(사회면)에 관련 의혹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경찰이 B씨의 원주별장에서 성접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한 여성을 소환조사했는데 "이 사정당국 고위공직자를 접대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고위공직자의 실명을 공개하기는 좀 이르다.

고위공직자가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자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 고위공직자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설로만 나돌고 있는 상황이고 또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범죄관련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실명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 고위공직자가 누구인지는 언론에서나 해당기관에서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다만 이 고위공직자는 "자신의 실명을 거론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며 기자들에게 엄포를 놓고 있다.

- 이 고위공직자와 브로커 B씨가 알고 지내는 사이냐?

= 그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두 사람이 알고지내는 사이라면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 중 상당부분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이 고위공직자는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있다.

어제 밤에 한 종편이 브로커 B씨의 출국금지요청서에 이 고위공직자의 직책과 실명 사진을 공개하자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성접대를 받거나 동영상에 찍한 바 없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가능한 법적조치를 취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임"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해명에서는 브로커 B씨를 모른다거나 안다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동영상에 등장하는지 아니면 원주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는 동영상이 확보되면 밝혀질 사안이다.

지금은 이 고위공직자가 브로커 B씨를 아는지와 원주의 별장에 간 사실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통상 이런 사건이 터지면 처음에는 '모르는 사이'라고 발뺌을 하다가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다'거나 아니면 '지인의 소개로 한두 번 봤다'는 정도의 해명을 하게 된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언론이 이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뭐냐?

=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치정사건이라면 언론들이 이렇게 큰 관심을 갖지는 않겠지만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의 연루설이 나돌면서 언론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언론이 관심을 가질 '드라마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접대, 시골의 호화별장, 스폰서인 건설업자, 여성 사업자,유명 프로골퍼의 부친, 병원장, 브로커, 가정주부, 문화예술인, 연예인까지 등장하는 등이른바 '막장드라마'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막장드라마는 '가상의 현실'이지만 이번 사건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언론이 주목하는부분이다.

문제는 언론의 보도가 점점 '선정적인 폭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의 수사라는 점을 인용하고 있긴 하지만 오늘 아침 신문 보도만 봐도 '집단 난교 파티'라거나"현장에서 변태 성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쇠사슬과 음란동영상물을 다수 발견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이니까 그런 것 아니냐?

= 사정당국의 고위공직자가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보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또 고위공직자 성접대 사건에 등장하는 공직자가 1~2명이 아니라 10여명 심지어 30여명에 이른다고 하니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언론의 관심이 '선정적인 폭로 저널리즘' 이른바 황색저널리즘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황색저널리즘(옐로저널리즘)이란 "신문발행에 있어 섬뜩한 피처(얼굴)기사와 선정적인 뉴스를 통해 독자들을 사로잡고 구독부수를 늘이는 것. 1890년대 뉴욕시의 양대신문인 월드와 저널이 저돌적인 경쟁상황에서 사용한 계략들을 쓴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백과사전에서 정의한다.

동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B씨의 조카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동영상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억 원을 요구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고 한 언론사에서는 동영상을 확보하는 취재기자에게 천만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론의 입장에서는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이를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사정당국 고위공직자의 성접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후속보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성접대 의혹사건이 확대될수록 다른 이슈들이 묻힐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 오늘의 주제를 "언론은 왜 고위층 성접대 동영상을 대서특필할까? 로 정한 이유도 사실 이 때문이다.

이 사건을 처음 들으면서 '옷 로비 의혹사건'과 '변양균. 신정아씨 사건', '부산경남지역 건설업자 출신 브로커의 검사 스폰서 사건'이 떠올랐다. 이런 사건들의 공통점은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뭔가 엄청난 권력형 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지만 결과는 아주 미약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고위층 성접대 의혹사건'은 세간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다양한 요소를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관련보도는 앞으로도 점점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으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나 '원세훈 국정원장의 국내정치 개입의혹',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청문회 소식' 등등이 관심사에서 멀어지기 쉽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이런 사건의 특징은 다른 이슈들을 집어 삼키는 블랙홀과 같다"면서 "국정원 관련 사건이나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 등이 관심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도 건설업자 B씨가 공사 수주 과정에서 부적절한 혜택을 받거나 유력 인사들이 이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그래야 권력형 비리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고위공직자가 건설업자로부터 부적절한 성접대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비난해야 하고 청와대가 사정당국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빠르게는 지난해 11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1~2월에는 경찰관계자의 말로 언론사에 관련사실이 떠돌아 다녔다. 그러다 지난주부터 한 종편에서 관련 의혹을 보도하면서부터 이번 사건이 공개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언론이나 국민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지만 그렇다고 이 사건이 대형 권력형 비리와는 아직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건의 무게를 저울로 달아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의 국내정치 개입의혹이나 장관후보자들의 도덕성 검증 문제보다 무겁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다른 이슈들을 잠재울 의도로 이번 사건을 키우는 건 아닌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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