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1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항소심은 과연?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2014. 9. 20. 06: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초동살롱<30>]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장의 논리..술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기자][[서초동살롱<30>]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장의 논리…술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직선거법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등 각종 선거과정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을 다는 수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으나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4.9.11/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주 법조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원 전원장이 '정치관여는 했으나 선거에 개입하진 않았다'고 판결했는데 이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겁니다.

◇재판장의 논리는…

선거법 적용의 쟁점은 원 전원장이 구체적으로 대선 개입을 지시했는지, 또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검찰은 원 전원장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심리전단이 활동을 했고 이것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원 전원장에 대한 결심에서 "이 사건은 대선에 관여한 선거운동 범행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헌법적 행태"라며 이 사건이 선거범죄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판례는 이를 "특정 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로 풀이합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능동적·계획적 행위와 당선 또는 낙선의 목적의사가 필요한데, 원 전원장의 행위는 이런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봤습니다. 선거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심리전단이 활동을 해왔다는 것도 선거와 활동이 특별한 연관이 없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원 전원장에 대해 "원 전원장이 지시한 범행은 국민의 자유로운 여런 형성과정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행위로서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면서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습니다.

◇정치관여는 했는데 선거개입 안했다고? 이해하기 어려워

재판부는 1년3개월여간의 재판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작성한 댓글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비난하면서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체결 등 정치적 쟁점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홍보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선거기간 동안에도 댓글작성은 계속됐는데, 오래 전부터 해왔던 일이라고 선거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맞는걸까요.

한 부장판사는 판결 바로 다음날 이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지록위마는 '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사슴을 두고 말이라 부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이 판결에 대해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고까지 했습니다.

민변 역시 "댓글에 특정 후보자와 소속정당에 대한 반대 및 비방취지가 상당히 있었다면 이는 특정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개입일 뿐만 아니라 선거개입"이라며 "재판부의 논리는 고안된 궤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이 판결을 비꼬는 글들이 한가득입니다. '술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이번 판결이 뭐가 다르냐' '죽인 건 맞지만 살인은 아니다라는 결론' 등 재판부를 비꼬는 글을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 법조계 인사들도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조심스럽게 "재판부가 세부적으로 사안을 들여다보다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너무 세부적인걸 따지다가 전체적인 그림을 놓쳤다는 겁니다. 또 다른 인사는 "재판부가 줄타기를 하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말하는 인사들도 많았습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17개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고 있다.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에 선거 및 정치 개입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11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2014.9.15/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세훈 항소심은 어떻게 될까

1심 판결에 대해 원 전원장은 물론 검찰도 항소를 했습니다. 검찰은 원 전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85조 대신 86조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원 전원장의 1심 판결문에는 "(원 전원장의 행위가)'선거 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86조(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 위반 가능성은 남겨둔 것으로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검찰이 공소사실 변경 없이 항소심에 임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적용 조항이 문제가 아니라 재판부의 판단에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검찰은 "항소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 여부를)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항소심 판결은 내년에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항소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릅니다만 항소심 역시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원 전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선거법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될 것 같습니다.

[김정주 기자 트위터 계정 @kimyang333]

"저는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입니다" "1만원 훌쩍" 줄서서 사먹는 이 '도시락' 아시나요? [인천 AG] 김승연 한화 회장 "우리 아들 금메달 땄어요" '커쇼 20승' 다저스, 홈런 4개 묶어 14-5 대승..2연승 [인천AG] 한국에 '첫 金'...'우슈'는 어떤 종목?

머니투데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기자 lts320@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