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 합의 왜.. '대화록' 공개로 여론 악화.. 궁지 몰린 여당 '출구 전략'

박영환·심혜리 기자 2013. 6. 25. 22: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야 "중대 결심" 압박에 몇 시간 만에 입장 바꿔이르면 내달 초부터 돌입

새누리당이 25일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하면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르면 7월 초부터 이뤄지게 됐다. 검찰 수사 마무리가 우선이라는 조건을 달던 새누리당이 입장을 선회한 데는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후 여론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기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새누리당에 국정조사 실시를 압박하며 최후통첩성 시한을 제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48시간 이내에 (새누리당의) 응답이 없으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의사일정 보이콧, 국회 본관 로텐더홀과 예결위 회의장 점거 농성 등 온갖 강경론이 쏟아져 나온 것을 종합한 결과다.

새누리당은 이때까지도 표면적으론 국정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은 최선을 다해서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매관매직 사건과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 침해, 인권 유린 조사를 마무리짓고 국회가 국정조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수사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새누리당 최경환(왼쪽에서 세번째), 민주당 전병헌(두번째)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뒤 각자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헤어지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하지만 오후 1시10분쯤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내놓은 결과는 달랐다. 두 사람은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고 6월 임시국회에서 민생입법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 간 국정조사 합의도 위법이라고 주장해오던 새누리당으로선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도 나오던 '국조 불가' 발언들은 결국 야당과의 기싸움용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6월 임시국회의 파행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명분을 밝혔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오후 2시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본회의 보이콧 등 심각한 논의를 했다. 여야 간 충돌되는 면은 그것대로 처리하면서 또 산적한 법안 처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수용에는 다른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불법 논란을 감수하며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뻥튀기'로 들통나 오히려 역풍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정상외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정원과 청와대, 여당이 한통속으로 무리수를 두면서 국정원 존재에 대한 비판만 키웠다. 특히 국정원의 무리수는 결국 청와대 결정에 따른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힘을 얻으면서 화살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로 향하고 있다. 대학생 시국 선언에 종교계까지 가세하고 있어 국정조사를 계속 거부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으로선 더 이상 강경론을 고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여야는 26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 27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7월2일 본회의에서 실시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26일 오전 양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3+3 실무회동'을 가동할 계획이지만 실제 국정조사 실시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당장 특위 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 국정원 댓글 관련 의혹의 조사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을 두고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특위의 경우 위원장을 여야가 번갈아 맡는 관행에 따르면 이번에는 민주당 차례이지만, 새누리당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양보하지 않을 것이 뻔해 보인다. 합의한 대로 일정이 진행된다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는 이르면 다음달 초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박영환·심혜리 기자 yhpark@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