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세훈 변호인에 제공한 자료, 국정원에 유출"
국가정보원 정치·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이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국정원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변호인에게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제공한 자료를 국정원이 분석하고 있는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법원은 국정원 직원들이 올리거나 퍼나른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대선개입 트위터 글 121만여건에 대한 검찰의 추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정치·대선개입 트위터 글 121만여건을 원 전 원장의 혐의에 추가키로 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 누가 어떤 트위터 글을 게시했는지 특정되지 않아 공소장 변경을 해서는 안된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판결로 공소를 기각할 사유는 되지만 공소장 변경의 전제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만 검찰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는 행위자별 공소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행위자를 특정한 자료를 별지에 첨부해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밝혔다.
이날 심리에서 검찰은 "모 언론이 '검찰이 추가로 제출한 121만여건의 정치·선거 관련 트위터 글 중 80% 이상에서 글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내용 등 구체적 분석이 담긴 기사를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의 말로 인용해 보도했다"면서 "검찰이 기자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국정원이 분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변호인의 방어권 보호를 위해 추적 현황을 비롯해 트위터 계정별 주요 사용자 등에 대한 엑셀파일을 제공했는데, 어떻게 국정원이 그 자료를 갖고 분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지난 20일 공소장 변경 신청과 함께 제출한 트위터 글 121만여건에 대한 분석파일자료를 국정원이 입수해 직접 분석을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분석한 자료는 재판부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재판부와 변호인에게 제공한 것이다. 재판부가 국정원에 넘기지 않은 이상 변호인 외에는 유출경로가 없는 자료다.
검찰은 재판부에 재판 관련 자료의 외부유출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소송지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지적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5일 공판에서도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이 지속적으로 재판과정에서 국정원 내부직원만 열람 가능한 내부문건을 법정에서 제시하고 있다"며 "피고인 측이 국정원과 직접 접촉해 입수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을 '재판 조력자'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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