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에 놀란 정부, 군 '댓글 공작' 동원

2013. 10.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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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0년 사이버사 설립당시 팀장

2008년에도 "촛불 부추긴다" 글

다른 요원은 국방장관 감싸기도

"촛불을 횃불로 바꾸려고 한 무임승차한 놈들이 있었지. … 순수한 시민들은 아니였다구."(동아일보 누리집, 2008년 10월11일)

27일 <동아일보> 누리집에서 발견된 군인들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이들은 200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른바 '촛불 세력'에 대해 정부와 여당, 보수 언론의 입장에서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군 사이버사)가 생겨나기 2년 전인 이때부터 국방이나 국가안보 등 본연의 임무와 무관한 사안에 군 사이버 심리전 요원들이 동원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요원들은 한 기사에 여러 명이 댓글을 다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2008년 10월 김지하 시인이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 기사의 경우, 전체 댓글 170건 가운데 8건을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달았는데, 8명이 각 1건씩 올렸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정치 개입 활동에 나섰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 요원은 댓글에서 "세상을 더욱 안 좋은 쪽으로 몰고가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요원은 "순수했던 촛불은 어느 순간부터 퇴색되기 시작했다"고 썼다. "촛불집회를 부추긴다"며 야당 정치인과 전교조 교사 등을 비난하는 토론 글을 9건이나 올린 요원(트위터 아이디 zlrun777)도 있었다. 이 요원이 받은 표창장 공적 조서를 보면, 그는 2010년부터 군 사이버사 운영팀장으로 본격 활동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상관인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소소한 일까지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2009년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 무시 발언으로 곤경에 처하자 요원들은 집단적으로 이를 감쌌다. 한 요원은 "조크도 못하냐. 국회의원들이 국방장관 상관도 아니고 괜한 것 트집 잡아 군기 잡냐? 세비값이나 하세요"라고 했고, 다른 요원은 "우리 국회의원들이 저렇게 말할 입장이 되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에 드러난 요원 8명 가운데 5명은 이미 정치개입 활동이 확인된 이들이고, 3명은 새로 확인됐다. '하늘보리'라는 별명을 쓰는 ㄱ중사, '슬픈영혼'이라는 별명의 ㅈ중사, '베타'라는 별명의 ㄱ군무원 등이다. 특히 ㄱ군무원과 ㄱ중사는 군 사이버사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뒤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ㄱ군무원은 'ds2npi'라는 아이디로 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안철수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트위트 등을 띄웠다. ㄱ중사는 'kyoungnam072'라는 아이디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그의 블로그엔 남은 글이 전무하지만, 군 관련 등 모두 40여건의 글을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왜 2008년 촛불집회 때부터 활동했을까? 당시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발병 논란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협상에 나섰다가, 대규모 촛불집회에 맞닥뜨려 대통령이 두 차례나 직접 사과하는 등 위기에 몰렸다. 정부는 이후 청와대에 인터넷 전담 비서관과 '인터넷 모욕죄'를 신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군이나 국정원을 인터넷 여론 형성에 동원한 것도 이때부터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2008년 촛불집회 때부터 군의 대국민 여론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정책이나 국방 정책에 대한 비방이 올라오면 작전을 통해 비방 정도를 낮추고 활동 내용을 매일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현준 하어영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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