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5000만원어치 순금·가방 등 "그냥 선물로 받아"
건설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0일 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1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원 전 원장은 "억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원 전 원장은 "선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는데 대가성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냥 생일 선물이었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장으로서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쏟아지는 질문 뒤로하고…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한 채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2009년부터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1억여원의 현금과 순금, 명품 가방 등 5000만원의 선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산림청이 2010년 초 홈플러스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건축을 허가하는 과정에 원 전 원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6월 홈플러스가 처음 연수원을 짓겠다고 했을 때 산림청은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이듬해 초 찬성 의견으로 바꿨다.
검찰은 황 대표가 원 전 원장을 통해 홈플러스의 연수원 허가 민원을 해결해주고, 홈플러스 신축 공사를 대거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초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황보건설이 2010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공사의 하청을 따내는 과정에도 원 전 원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공사를 수주한 두산중공업 전직 임원에게서 "발주처로부터 황보건설을 하청업체로 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황 대표가 원 전 원장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정황이 적혀 있는 황 대표의 다이어리와 진술, 황보건설 직원의 진술을 제시했다.
이와 별개로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인터넷에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댓글 수천 건을 올리고 찬반 표시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황교안 법무장관이 제동을 걸어 결국 불구속기소했다.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의 피의자이면서도 구속을 면한 원 전 원장이 '개인비리'로 구속될지 주목된다.
<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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