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원 댓글' 축소 의혹] '국정원 직원 정치개입' 밝히던 수사가.. 경찰 수뇌부의 '축소·은폐 의혹'으로 번져

윤주헌 기자 2013. 5. 2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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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보는 '댓글 사건' 지난 4월 수사과정 양심선언후 사건 초점이 '경찰축소'로 변모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은 당초 말 그대로 국정원 직원이 작년 대선 때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등의 행동으로 국내 정치, 혹은 대선에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지난 4월 "수사 결과를 축소·은폐하라는 경찰 상부의 압력을 받았다"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사건의 성질은 '경찰의 국정원 사건 축소·은폐 사건'으로 변했다.

검찰은 그 후 불과 2개월 만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기소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원 전 원장을 재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최소한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적용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09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국정원 내부게시판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올렸는데, 여기에는 사실상 국내 정치에 국정원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작업에 대해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지시도 내렸다는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원 전 원장의 사법처리 못지않게 김 전 서울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수사를 진행했던 권 과장은 "서울청에 김씨의 혐의와 관련된 키워드 100여 개를 분석 의뢰했지만, 서울청에서는 키워드 4개만 갖고 분석해서 보냈다"고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권 과장의 이 같은 폭로는 결국 이번 사건의 성질을 '경찰이 국정원 사건을 축소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도록 바꿔놨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 분석관에게 압력을 행사해 이를 축소·은폐해 발표하도록 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은 과학수사를 한 결과 그대로를 수사팀 에 전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진실을 두고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정원은 그해 11월 3차장 산하 대북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대선을 약 1주일 앞둔 작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은 심리정보국에 소속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고 경찰과 선관위에 제보했고 이후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았던 서울 수서경찰서는 서울청 사이버수사팀에 컴퓨터를 넘겨 실제 김씨가 정치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댓글을 달았는지 등을 수사했다. 경찰은 대선(12월 19일)을 3일 남겨 놓은 작년 12월 16일 밤 11시 "국정원 직원이 대선과 관련해 댓글을 달았다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 2명과 일반인 1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결국 검찰의 대대적 수사에까지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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