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여성 수사' 경찰 간부가 컴퓨터 데이터 삭제

김창훈기자 김청환기자 2013. 5. 27.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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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수수색 당일에.. 김용판 전 서울청장 구속영장 검토

서울경찰청 간부가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 축소ㆍ은폐와 관련된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검찰의 압수수색 당일 '무오(Moo O)' 프로그램으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수사로 조직 차원의 증거 인멸이 확인될 경우 경찰은 치명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이달 20일 무오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삭제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중간 간부 A 경감을 최근 조사했다.

무오는 '안티 리커버리(Anti recovery)'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하게 완전히 삭제하는 기능을 한다. 강한 자력으로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리는 '디가우징(Degaussing)'과는 달리 여러 번 덧씌우기를 통해 데이터를 삭제하는 방법이다. 하드디스크 덧씌우기는 보통 8회 이상이면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오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간단한 조작으로 순식간에 몇 십 번이나 덧씌우기를 할 수 있어 회계감사법인 등이 감사 이후 자료 파기 때 즐겨 쓰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당시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78개 키워드 분석을 의뢰했지만 사이버수사대는 4개로 줄였던 것으로 드러나 사건 축소 의혹을 일으켰다.

하지만 A 경감은 올 2월 인사 때 사이버수사대로 발령 나 국정원 댓글 수사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자신과 관계 없는데다 책임질 일도 없는 데이터를 지운 것이라 윗선의 지시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 검찰 관계자는 "청장을 정점으로 경찰 전체가 조직적인 축소ㆍ은폐에 가담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조직 차원의 지시나 개입은 전혀 없었고 삭제된 수사 자료와 증거물들은 다른 직원들 컴퓨터에도 저장된 것으로 안다"며 "왜 압수수색 당일 그런 일을 했는지 우리도 이해가 안 된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25일 오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재소환해 12시간 넘게 조사하며 수사축소 및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했다. 검찰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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