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서 '종북의 기준' 논란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답변 못하고 말끝 흐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는 종북(從北)의 기준과 범위는 무엇일까.
2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서 재판장이 검찰의 증인신문 도중 불쑥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에게 "종북의 기준은 없나"라고 물었다.
민 전 단장은 이에 "다른 데는 있는지 몰라도 잘…"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정원 간부가 스스로 공유한 종북의 기준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민 전 단장은 국정원 현직 1급 직원이다.
검찰은 민 전 단장을 거세게 몰아쳤다.
국정원 정치관여 의혹 사건을 수사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은 "댓글 달기도 공권력 행사인데 무슨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나"며 "기준이 없다면 종북 척결을 빙자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윤 팀장은 "국정 수행 지원이나 종북 좌파 척결은 모두 좋은 말이다. 하지만 기준과 범위 없이 공작부서 임의로 이뤄질 경우 100% 선거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북 좌파 척결이라면 그 척결 대상이 얼마나 명확한가, 이것이 공소 제기의 핵심이다. 공소시효 문제로 지난 대선 관련 혐의만 기소했지만 그 전에도 비슷한 일이 계속 이어져왔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이런 주장은 지난달 26일 첫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북한과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 행태를 보였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 법원은 최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변희재씨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종북의 의미가 워낙 다의적이라서 명확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지난 5월 판결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믿지 못하는 사람,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사회세력 등 다의적인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경우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을 함께 고려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로 사용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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