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인' 아닌 60%만 매달 20만원 수령.. 반쪽 된 공약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의 60%가 매달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기초연금 지급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차감토록 해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가입한 청·장년층은 최소 10만원만 지급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기초연금 도입계획'을 26일 공식 발표하고 11월 중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국민연금 20년 가입자는 최소 10만원만 받아20~50대에겐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더 유리
■ 현 노인의 59%만 20만원 지급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계획안은 박 대통령의 공약인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노인들 다수에게 2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하위 70%에게 9만6800원씩 지급되고 있다.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계획이 그대로 현실화되면 현재 기초노령연금 대상자의 90%인 353만명은 20만원을 받게 된다. 전체 노인 598만명의 60%에 해당하는 숫자다.
나머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20만명은 15만~20만원, 18만명은 10만~15만원을 받게 된다. 결국 박 대통령의 약속대로 20만원을 받게 되는 노인은 슬로건상의 '모든 노인'이 아니라 '노인 10명 중 6명'으로 바뀐 것이다.
■ 국민연금 오래 가입할수록 손해
더 심각한 문제는 현 노인세대 이후다.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계획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져 국민연금액을 많이 받을수록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현 정부가 설계한 기초연금 계획안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국민연금액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액은 소득비례 부분(자신이 낸 돈)과 소득재분배 부분(전체 가입자가 낸 돈)을 토대로 계산돼 지급액이 결정된다. 정부는 그중 '소득재분배' 부분의 금액이 많은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덜 주고, 소득재분배 금액이 적은 사람에게는 20만원(현재가치)만큼 주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소득재분배 금액의 많고 적음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는 불이익을 당한다. 20년 이상 가입했다면 소득재분배 부분의 금액이 20만원으로, 정부가 목표한 기초연금액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세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연금 20년 이상 가입자는 기초연금을 못 받을 가능성에 대한 언급과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정부는 10만원을 받도록 했지만, 최소액을 받는 셈이다. 2014년에 만 65세가 돼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0~11년이면 20만원을 온전히 받을 수 있지만 가입기간이 더 길어지면 점차 금액이 깎이고 20년에 이르면 반토막(10만원) 난다.
특히 2028년에 기초연금에 가입하는 사람은 가입기간이 0~15년인 경우에만 20만원을 온전히 받을 수 있고 가입기간이 16년을 넘으면서 점차 기초연금액이 깎여 30년 이상일 때 10만원만 받게 된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처럼 소득인정액을 산정해 소득하위 70%(현재 노인 1인가구 83만원)에게 국민연금을 20만원 지급받는다.
■ 20~50대에겐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더 유리
하지만 이 방안은 청·장년층에게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보다 불리하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르면 15년 뒤인 2028년부터는 현재의 20만원에 해당하는 가치의 금액을 국민연금 가입과 관계없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즉 가입기간이 길든 짧든, 소득하위 70%에 해당한다면 누구나 온전히 2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계획'이 현실화된다면 많게는 매달 기초연금이 10만원씩(현재가치 기준) 덜 나오는 셈이다.
연금전문가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국민연금에 가입을 하지 않거나 혹은 15년 이하로만 가입한 사람은 20만원을 받지만 15~30년 동안 성실하게 가입한 사람은 그보다 금액을 덜 받는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의 성실한 납부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연금을 삭감해 역차별하는 것은 비상식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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