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3·1절 기념사] '先 반성, 後 협력'.. 짧고 굵은 메시지로 日에 강력 경고

입력 2013. 3. 1. 18:17 수정 2013. 3. 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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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첫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한·일 간 현안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선(先) 과거사 반성, 후(後) 관계 회복'이라는 향후 대일 외교 원칙을 천명했다. 짧고 굵은 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는 점에서 냉각된 양국 관계가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1일 기념사에서 양국 간 신뢰가 쌓이려면 일본이 지난 역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역사를 직시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양국 간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임식 외교사절로 내한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에게도 "진정한 우호관계를 위해선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도록 노력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화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기념사는 그동안 피력해온 입장을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보여줬다. "우리 세대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거나 일본 정부를 직접 거론하며 "적극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대목이 그렇다.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한·일 과거사 문제도 신뢰와 정직, 그리고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서 반성과 사과보다 피해자 개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치우쳐 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민주당 정권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는 할 수 없지만 충분한 보상은 하겠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해 왔다. 잘못된 일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하는 '배상' 개념이 아니라 '적법했지만 유감스럽다'는 식의 '보상'이란 용어를 고집한 것이다.

노다 정권보다 훨씬 더 강경우익 쪽에 발을 담그고 있는 아베 자민당 정권 역시 이 같은 스탠스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새 정권이 수립된 기회를 살리고 싶다"는 식의 원론적 반응만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간)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지만 미래지향적으로 중층적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해나갈 생각"이라 했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어려운 문제를 넘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만 말했다.

박 대통령의 첫 3·1절 기념사는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기념사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8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한국과 일본도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용 정부를 표방했던 이 전 대통령은 대일 외교에서도 일본의 과거사 반성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경제적·문화적·인적 교류 확대를 통한 '실용'을 제1원칙으로 표방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이 같은 대일 실용외교 노선을 거둬들였다. 우리 정부가 온건한 입장을 취할수록 일본은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 더 대담하게 도발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대일 메시지가 관계 발전보다 과거사 반성, 협력보다 책임 있는 행동에 무게를 둔 데는 전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5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이 만나 향후 양국 관계를 조율할 것으로 본다"며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내각이 어떤 성적표를 받는지도 향후 양국 관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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