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의로 7·4 남북공동성명 재조명되나
국제 데탕트 힘입은 남북 당국간 첫 합의…박근혜 정부에 호소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6일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7·4 남북공동성명을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밝힌 것을 계기로 7·4공동성명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특별담화문에서 6·15공동선언 발표 13주년뿐 아니라 7·4공동성명 발표 41주년을 남북 당국과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이 7·4공동성명 발표를 남북 양측이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공동성명은 사실 남북 당국간 최초의 합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남북 당국간 합의의 '대헌장'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7·4 성명은 1972년 7월 4일 발표됐다. 서울에서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평양에서는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동시에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이 부장은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하고 박성철 북한 제2부수상도 극비리에 서울을 다녀가는 등 성명의 합의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7·4공동성명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 3원칙'을 제시했다. 또 중상비방과 무력도발 중지, 다방면적 교류, 남북 적십자회담 성사, 서울과 평양을 잇는 직통전화 가설 등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합의는 같은 해 2월 미·중 국교 정상화에서 무르익은 국제사회의 '데탕트' 분위기가 한몫을 했다.
7·4공동성명 발표로 통일의 기대가 한껏 고조됐지만, 남한과 북한 정권은 같은 해 말 각각 '유신헌법'과 '사회주의헌법'으로 권력을 강화해 남북관계와 이 성명을 정권의 권력 강화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은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의 밑바탕으로 작용하면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00년 6·15 공동선언과 같은 굵직한 남북 당국간 합의의 원천이 됐다.
특히 북한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7·4공동성명을 내세운 것은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이라는 점을 적극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공동 유산을 함께 기념하자고 제의함으로써 남쪽 정부에 대한 호소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인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에게 7·4공동성명의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이 끊긴 남북 당국간 대화를 다시 이을 고리로 7·4공동성명을 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수 있다.
더욱이 그동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2000년 이후 남북관계만 강조하던 북한이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남북관계 시계를 1974년까지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김연철 인제대 경제학부 교수는 "7·4공동성명은 통일 3원칙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기본적인 내용이 다 포함된 중요한 문서"라며 "박 대통령이 성명의 의미를 강조해온 것도 북한으로서는 주목했을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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