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1만명, 도시는 잿더미.. 이스라엘의 가자공격 무엇을 남겼나

정유진 기자 입력 2014. 8. 27. 19:15 수정 2014. 8. 2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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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무기한 휴전에 합의하면서 지난 7월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50일 만에 종료됐다. 갈등의 근본 원인이었던 가자지구 봉쇄 해제 등 민감한 문제들은 모두 나중에 논의하기로 미뤄놓았다. 결국 가자지구 사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50일 전으로 되돌아 갔다. 미사일과 탱크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참혹한 잿더미, 1만 여명의 사상자, 가족과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자들이 평생 지고 가야할 슬픔만 남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는 26일 "양측이 모두 무력 사용을 중단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무기한 휴전이 공식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인도적 지원과 재건을 위한 구호물품, 건설자재의 반입만 허용한다는 조건 하에 가자지구 국경을 일부 개방하는데 합의했다. 또 가자 해안의 어로제한 구역을 6해리 바다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가자 주민들은 휴전 소식이 날아들자 폐허가 된 거리로 뛰쳐나와 축포를 터뜨리며 환호했다. 봉쇄가 완화되고 조업 구역도 늘어날 것이란 소식에 사실상 승리했다는 자축의 분위기도 감지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마하 칼레드(32)는 "고통스러운 전쟁이 영원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아이들과 살아남아 기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이번 휴전 합의안은 말 그대로 분쟁을 일시 정지시킨다는 의미일 뿐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가자 봉쇄 해제는 한달 안에 시작될 추후 협상으로 미뤄놓았다. 하마스는 몇 번이나 무산됐던 휴전협상에서 줄곧 가자지구 공항과 항구 건설을 요구해왔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약속하기 전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왔다. 이번 휴전안을 중재한 이집트조차 가자지구와 면해 있는 라파 국경을 열어줄 마음이 없는 상황에서, 한달 후 협상에 큰 진척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이번 합의는 2012년 8일 간의 가자 공습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맺었던 휴전 합의로 되돌아간 것에 불과하다. 당시에도 양측은 공격을 중단하는 대신 봉쇄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구속력 없는 휴전안은 곧 휴짓조각이 됐고, 오히려 2년 만에 더 큰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군사작전을 강행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미 국내에서 후폭풍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가자 공격 초기에만 하더라도 80%에 달했던 지지율은 교전이 길어지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물리적으로 타격했지만 이는 고스란히 이스라엘의 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경제의 7%를 차지하는 관광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감소했고, 수출도 18%나 줄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자 두달 연속 금리를 낮췄다. 좌·우를 막론하고 "도대체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하마스를 무력화한다는 애초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하마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내에서 잃어가던 지지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웠다. 하마스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흐리가 "이번 휴전은 가자지구의 승리"라 선언한 것도 일견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휴전이 하마스의 승리일 수는 있어도 가자지구의 승리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번에 타결된 무기한 휴전안은 교전 7일째에 이집트가 내놓았던 중재안과 크게 다른 내용이 없다. 당시 휴전이 결렬된 후 수 천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은 "협상안은 매우 구체적이고 명료해야 한다"면서 "애매모호한 협상안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정파가 다른 아바스 대통령은 최근 유엔이 중동평화과정을 복원하기 위한 협상안을 제출했다. 아바스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땅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유엔 결의를 근거로, 철수 시한을 구체적으로 정해줄 것을 유엔에 요청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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