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 장벽, 바다까지 봉쇄 .. "가자지구는 천장 뚫린 감옥"

전수진 입력 2014. 7. 23. 01:23 수정 2014. 7. 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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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에도 탈출 못하는 까닭585명 사망 .. 인구 5.6%가 난민학교·병원까지 포탄 날아들어이스라엘 "하마스, 민간인 방패로"

가자지구의 밤하늘은 붉다. 이스라엘 군의 폭격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응사가 밤에도 이어져 어두울 틈이 없다. 교전이 2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 지 나흘째인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측 사망자는 585명 이상이라고 팔레스타인 보건국은 집계했다. 유엔에 따르면 사망자 중 약 72%가 민간인이다. 난민도 1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가자지구 인구의 5.6%가 난민으로 전락한 셈이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 크리스토퍼 기네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2009년 가자 침공 때의 2배를 넘어선 숫자"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생지옥이 된 가자지구의 주민은 왜 국경을 넘어 탈출하지 않을까.

 탈출을 못 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가자지구는 동과 북으로 이스라엘, 남으론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북쪽 국경은 최대 8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이 가로막고 있고, 동쪽 국경엔 철조망 장벽과 함께 검문소가 철통 수비 중이다. 이집트와의 국경은 콘크리트 장벽이 높이 서있다. 서쪽의 지중해조차 이스라엘 군이 6해리(약 11㎞) 밖의 조업을 금지하며 출로가 막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가자지구를 두고 "천장 뚫린 교도소"라고 한 이유다.

 주민 99%가 팔레스타인 측인 가자지구 주민은 갈 곳을 잃었다. 주민 보호를 위한 대피 체계도 엉성하다. 하루에만 100여명이 사망해 '피의 일요일'로 불린 20일 이스라엘 군의 집중 포격을 받은 동북부 셰자이야주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군은 대피하라는 전단을 수일 전에 배포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포격 하루 전에야 받았고 포격 당시 대다수가 집에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주민들의 체념도 피해를 키운다. 셰자이야 주민 마이사 알 아타르(21)는 "하나의 포격을 피하면 또 다른 포격이 기다릴 뿐"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가 "주민들에게 집을 비우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방패 삼아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 목소리를 키우려는 것"이라고 주장이다.

 가자지구 내 안전한 곳은 없다. 포화 상태에 이른 UN 난민대피소와 학교조차 위험지대다. 2009년에도 UN 난민대피소가 포격 받은 적이 있어 일부러 피하는 주민들도 많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중부의 알 악사 병원까지 21일 포격해 사상자를 냈다.

 이스라엘 군은 공격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21일까지 이스라엘 전투기가 폭격한 목표물은 하마스 군 지도자의 주택과 이슬람교 사원 5곳을 포함해 70곳 이상이라고 AP는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 탱크 역시 가자지구 북부를 넘어 중부 및 해안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경찰 대변인 아이만 바트니지는 지중해 해안에 정박한 선박 19척이 이스라엘 군 공격으로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도 군인 27명을 포함해 29명 이상으로 늘었다.

 휴전 전망은 여전히 암흑 속이다.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21일 "우린 돌아갈 수 없다"며 "피와 용기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장벽을 걷어낼 것"이라 공언했다. 이스라엘 모셰 야알론 국방장관 역시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때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 맞받았다.

 휴전 중재를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한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회담을 갖고 하마스 측에게 이집트의 휴전 중재안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친 하마스로 통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축출 이후 이집트와 거리를 둬온 하마스는 지난주 이집트 중재안을 거부한 바 있다. 케리 장관은 한편 4700만달러(약 482억원)을 가자지구 난민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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