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땅 밑에.. 주민만 죽어나가는 가자(Gaza)地區

박국희 특파원 2014. 8. 2.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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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밤 11시, 가자시티 해변 근처의 한 호텔. 외신기자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부터 그나마 안전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던 호텔이었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로비에서만 인터넷이 되던 상황이라 외신기자 10여명이 한데 모여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순간 갑자기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폭격을 맞았다고 생각한 모두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며 로비가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았다. 상황 파악을 해보니 근처 지하 터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의 로켓포가 이스라엘을 향해 원격 발사되는 소리였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가 로켓포를 주택이나 병원, 학교 근처에 숨겨놓아 그곳을 타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이날 하마스의 로켓포가 발사된 곳은 군사시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호텔과 민간 건물 밀집 지역이었다.

밤 12시. 호텔 관리인이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모두에게 건물을 빠져나가라고 소리쳤다. "IDF(이스라엘 방위군)가 옆 호텔에 전화를 했다. 주변 폭격을 하니 모두 나가라는 경고다." 꼭 1시간 만에 하마스의 로켓포 발사 지역을 찾아낸 이스라엘군이 응징에 나선 것이었다.

관리인은 객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잠자던 투숙객을 모두 깨웠다. 슬리퍼 차림으로 나온 청년, 방탄복에 헬멧까지 쓰고 나온 기자, 휠체어에 앉아 나온 노인까지 30여명이 암흑 속을 달렸다. 밤하늘에는 이스라엘 무인기(드론)의 '윙윙'거리는 정찰 소리가 계속됐다.

찾아간 곳은 인근 건물의 지하 주차장. 모포와 베개가 갖추어진 간이 대피소가 마련돼 있었다. 여성들은 우는 아이를 달랬고 가자 청년들은 욕을 하며 담배를 피웠다. 청년들의 휴대전화에는 사지가 찢겨 죽은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참혹한 사진들과 히틀러의 얼굴이 저장돼 있었다. 타밀(21)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폭격을 맞고 죽었나. 나는 유대인을 죽인 히틀러를 좋아한다"고 했다. 건물 밖에서는 '쿵' '쿵' 포탄 터지는 소리가 밤새 계속됐다. 신경을 곤두세운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모두는 오전 8시까지 지하 주차장을 나가지 못했다.

한낮에도 가자 지구 시내 한편에서는 예기치 못한 굉음과 함께 하마스의 로켓포가 발사되곤 했다. 이곳에서 하마스는 '보이지 않는 존재'다. 시민들은 "전사들은 모두 땅 밑에 있다" "이스라엘은 찾지도 못하고 타격도 못한다"고 했다. 에브라임(23)은 "하마스 전사가 누구인지 우리도 알 수 없다. 그들은 암살 위험 때문에 가족에게도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고 했다. 지하에 있는 하마스를 타격하지 못하고 대신 지상에 있는 주민들이 애꿎게 피해를 당하고 있을 뿐 하마스가 자신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논리였다.

가자시티는 도시 전체가 난민촌과 같았다. 병원이나 유엔 학교같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모든 시민이 집을 버리고 나와 천막을 깔고 노숙을 했다.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충분히 대피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이스라엘과는 달리 가자 지구에서는 아무 사전 경고 없이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터졌다. 조금 전 지나쳤던 건물이 잠시 후 다시 왔을 때 김을 내며 붕괴돼 있을 정도였다. 몇몇 소년이 도로에 흩어진 파편들을 익숙하게 청소했다. 거리 곳곳에는 카빈 소총을 들고 이스라엘 탱크를 부수는 하마스의 선전물이 가득했다.

하마스는 시민들에게도 두려운 존재였다. 에브라임은 "이건 절대 비밀이다. 그들이 알면 나를 쏴 죽일 것"이라며 "나는 하마스도 싫어한다. 그들 역시 유대인 같은 극단주의자들일 뿐"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일 오전 8시부터 72시간 예정으로 '인도적 차원의 휴전'에 들어갔으나 2시간 만에 깨졌다. 지난 8일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이후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5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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