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이·팔 사태 새 변수 '하마스 지하터널'

오애리기자 2014. 8. 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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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부터 군사용까지 '생존 위한 땅굴'.. 이스라엘 "테러루트.. 끝까지 파괴할것"

지난 7월 17일 새벽, 이스라엘 수파 키부츠(집단공동체) 인근 풀 섶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적외선 카메라에 포착됐다. 갑자기 땅속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듯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 검은 형체의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듯 두리번거리더니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손에 하나같이 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들고 있었다. 그 순간 이스라엘 군이 분주해졌다. IDF 본부는 가까운 곳의 부대에 긴급 연락했고, 현장에 급파된 이스라엘 군과 괴한들 간에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IDF는 이튿날, 가자의 무장정파 하마스 소속 대원들이 지하터널을 이용해 분리장벽 너머 이스라엘 수파 키부츠 부근까지 침입했으며, 이스라엘 군과의 교전으로 13명이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4일 뒤인 21일, 이번에는 니르암 키부츠 부근에 하마스 대원 10여 명이 지하터널을 이용해 출몰해 이스라엘 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날 교전으로 하마스 대원 전원과 이스라엘 군인 4명이 목숨을 잃었다.

◆ 이·팔 사태 새 변수, 하마스 지하터널 =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입장에서 지하터널은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세운 높이 8m짜리 분리장벽과 봉쇄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들에겐 '생존의 터널'인 셈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인들에게 하마스의 지하터널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악몽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집 앞마당이나,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튀어나와 총을 난사하거나 주민을 납치해 끌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는 지하터널을 통해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돼 가자로 끌려갔으며, 5년 뒤에야 인질교환 형식으로 풀려났다. 가자 분리장벽과 가까운 키부츠들에서는 최근 지하터널 공포 때문에 다른 곳으로 피신하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가자의 유치원, 유엔 난민센터, 병원 등 민간시설을 폭격해 수많은 어린이들을 살해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마하려는 듯, 이스라엘 군이 찾아낸 지하터널을 CNN, BBC 등 해외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IDF가 하마스 대원들을 포착한 적외선 카메라 사진을 신속하게 내외신에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밀수터널'과 '군사터널'= 가자지구 인근에서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이다. 2006년 가자에 하마스 정권이 들어서자 이스라엘이 분리장벽을 쌓고 봉쇄를 단행한 이후 지하터널은 최소 수백 개, 최대 1000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터널은 이집트 쪽으로 난 '밀수터널'과 이스라엘 쪽으로 난 '군사공격용 터널'로 크게 나뉜다. 이스라엘의 봉쇄 때문에 극심한 생필품 부족을 겪고 있는 가자 주민들은 '밀수터널'을 통해 이집트 쪽에서 담배·약 등 작은 물건부터 염소·가사도구·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을 몰래 들여온다. 심지어 자동차가 지하터널을 통해 가자로 들어왔다는 소문도 있다. 일부 터널은 하마스가 직접 관리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일종의 '통행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곳을 통해 무기를 밀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밀수터널'도 예전같지 않다.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정부가 이스라엘의 봉쇄로 고통받는 가자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지하 밀수터널을 사실상 눈감아줬던 데 비해,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정부는 정반대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가 올해 들어서만 파괴한 지하터널이 약 1600개에 이른다.

◆ 갈수록 정교해지는 지하터널 ='군사공격용 터널'은 분리장벽 너머 이스라엘 쪽에 집중돼 있다. 최근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안팎에서 60∼70개의 지하터널을 찾아내 파괴했다. 가자 쪽 입구는 대부분 민간시설의 지하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주장이다. 짧은 것은 수백m, 긴 것은 수㎞에 이른다. 정확한 터널 개수는 아무도 모른다. 터널 시설은 갈수록 정교화되는 추세이다. 최근 에인 하슐로샤에서 발견된 지하터널 경우 콘크리트로 마감 처리가 돼 있고, 전기선과 통신선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하마스 대원들이 먹다 남긴 과자와 물, 로켓 추진 수류탄, 자동화기, 납치용 마취장비, 플라스틱 수갑, 이스라엘 군복 등이 발견됐다.

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터널 한 개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최소 1년, 최대 3년으로 추정한다. 이스라엘 군의 음파탐지를 피하기 위해 직접 손으로 파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1개 건설비용으로 100만∼200만 달러가 들어갔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스라엘 군은 최근 지하터널 전담 작전팀도 만들었다. 일명 '페럿 작전'이다. 땅굴을 파는 습성을 가진 족제빗과의 동물 페럿에서 따온 명칭이다.

◆ 봉쇄 해제가 먼저냐, 터널 파괴가 먼저냐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둘러싼 갈등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 비슷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들을 '말려 죽이기' 위해 먼저 봉쇄를 단행했기 때문에 터널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테러터널'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군사공격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자의 정치학자인 므카히마르 아부사다는 7월 26일 미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하고 봉쇄를 풀면 하마스도 지하터널을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월 28일 연설에서 "우리의 시민과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하터널을 완전히 없애기 전까지 (가자) 작전 완수란 없다"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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