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능 이의 제기 교사에게 "글 내려달라"
올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인터넷에 이의를 제기한 현직 교사에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 관계자가 "이의제기한 글을 내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글 삭제를 요구받은 시기는 평가원이 이 문항에 대한 '문제없음'을 발표한 다음날인 19일로, 평가원 측이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교육 현장을 단속하는 과잉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지리과목을 가르치는 김모 교사는 지난 19일 오후 1시쯤 평가원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하루 앞선 18일 평가원이 '문제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밝혔던 근거들을 최근 통계 등을 통해 하나하나 재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김 교사는 이 글 끝 부분에 "일시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부족한 검증의 절차를 바탕으로 한 문항의 출제가 이뤄졌음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썼다.
이 글을 올리고 25분쯤 뒤 김 교사는 학교에서 전화를 받았다.
"평가원에 이의제기하신 분이죠?"라며 인사를 건넨 출제 관계자 ㄱ씨는 "(문항의 오류 여부를 떠나) 2차 이의제기를 한 문건이 게시판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ㄱ씨는 "우리도 힘들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김 교사와 ㄱ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두 차례에 걸쳐 3분가량 ㄱ씨와 통화한 김 교사는 평가원 측에 해당 글을 삭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누군가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만큼 커다란 사안이고, 출제 관계자가 감정에 호소했기 때문에 더 지켜보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당시 "이의제기 기간 동안 이의신청자가 적었고, 이후 이의신청자가 별다른 반응이 없으므로 (평가원 내부에서) '밀고 나가자'는 의견과 '통계를 잘못 제시한 명백한 오류'라는 의견, '뭐든 좋으니 어서 빨리 결론을 내리자'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현재처럼 완강히 버티고 있는 평가원에 대한 반박은 지리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가짐만큼이나 언론 플레이, 그리고 목소리를 높이고 계신 선생님들의 연합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에게 '해당 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던 출제 관계자 ㄱ씨는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는 김 교사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곽희양·강진구·김지원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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