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원전 '위조부품' 적발 업체들 UAE 건설 원전에 동일 부품 납품

유희곤 기자 입력 2014. 8. 29. 09:29 수정 2014. 8. 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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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측 "문제없다"면서도 조사 내역은 공개 안 해
"투명한 정보 공개·부품 전량 회수 필요" 주장 나와

국내에서 위조부품을 납품하다가 적발된 업체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건설 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도 부품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 중에는 아랍에미리트 원전의 참조 모델인 신고리 원전 3·4호기(각 140만㎾급)에 위조부품을 납품한 곳도 있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을 진행하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해당 업체가 납품한 부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전체 조사 결과는 아랍에미리트 측과의 계약사항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2012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원전 부품 품질보증서류를 위조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부정당업자로 제재받은 50개 업체 중 11곳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1곳 등 총 13곳이 아랍에미리트 원전에 부품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한전과 한수원에서 각각 제출받은 '공문서 수발목록', '원전 부품 납품현황', '부정당업자 등록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 지난5월20일 오후(한국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이들 중 6개 업체는 품질서류를 위조한 해당 부품과 동일한 종류의 부품을 대부분 올해까지도 아랍에미리트 원전에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한수원의 부정당업체로 지정돼 국내에서는 효력이 정지되거나 협력업체 등록이 취소됐다.

업체별로 보면 S사는 2012년 12월부터 올 7월까지 '안전등급 공장제작 압력용기 및 탱크(품목코드: N205)'를, H사는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보조 급수 펌프 및 구동기기(M206)'를 납품했다. 다른 H사는 올 5월에 '고압 차단 기반(E207)'을 한 차례 납품했다.

6개의 부정당업체 중에서는 신고리 3·4호기에 위조부품을 납품하다가 적발된 3개 업체도 포함됐다. 신고리 3·4호기는 아랍에미리트 원전의 시범모델이다. L사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안전성 냉동기(M227)'를, 다른 S사는 '안전성 관련 나비형 밸브(J233)'를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아랍에미리트 원전에 납품했다.

김제남 의원은 "아랍에미리트 원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비공개인 상황에서 현재 분석된 자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한전은 아랍에미리트 원전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전 컨소시엄은 해당 업체 부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발주사인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함께 해당 업체의 부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품 성능이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수조사 내역은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익 차원에서라도 위조부품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소 현장, 연구·개발(R & D) 등 원전 분야에서 30년간 일해온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원전 업계뿐 아니라 양국 간 신뢰 유지를 위해서라도 한전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자동차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제품을 리콜하듯이 문제가 된 업체 부품도 전량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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