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검증·감사 쥐락펴락.. 원전 마피아 '그들만의 리그'

2013. 6. 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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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기술 前간부들 검증업체 운영.. 한수원 출신, 인증관리 전기協 장악부품업체선 은퇴자 영입 영업 활용.."원안위, 구조적 비리 못 깬다" 지적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당시 일본에서는 '원전 마피아'들에 대한 성토가 하늘을 찔렀다. 감독기관인 정부와 유착해 권한을 독점한 뒤 안전기준을 낮춰 막대한 수익을 챙긴 전력업계에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막대한 연봉을 들여 감독기관 출신을 '낙하산 인사'로 영입, '방패막이'로 이용한 사실도 낱낱이 드러났다.

최근 우리 원전업계를 뒤흔든 품질서류 위조사건도 이런 폐쇄적인 구조에서 비리와 부실관리가 빚어졌다는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성 없는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도 원전 마피아의 '비리 커넥션'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들은 내부 비리를 감시·견제해야 할 감사 자리를 꿰차고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전업계는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전 설계, 부품을 감리하는 한국전력기술 출신 인사들이 폐쇄적인 그룹을 형성한 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을 사용한 탓에 원전 가동중단을 부른 이번 사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위조를 저지른 시험업체인 새한티이피의 대주주는 한전기술 출신이었다. 시험성적서의 1차적 검수기관인 한전기술이 부품업체를 상대로 검증을 새한티이피에 맡기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새한티이피에 시험을 맡기면 한전기술의 검수도 쉽게 통과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부품 시험에서 1차 검수까지 사실상 한전기술이 좌우하는 만큼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한전기술 측은 지난 3월부터 퇴직 임직원을 상대로 협력업체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부품업계에서는 새한티이피와 한전기술 간 유착 의혹이 빗발쳤지만, 정작 시험기관들에 대한 인증과 관리를 맡은 대한전기협회는 손을 쓰지 않았다. 새한티이피가 인증자격 유지 여부를 가리는 전기협회의 중간점검 성격인 사후감사를 통과한 게 단적인 예다.

전기협회에는 원전 발주처인 한수원 출신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한수원 은퇴자는 인증업무를 주로 담당해 시험기관도 이들 앞에서는 맥을 못췄다. 지난해 5월부터 퇴직자의 협력업체 취업을 제한했지만, 밀접한 관계인 한전기술은 예외로 한 것도 '끼리끼리 네트워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부품을 납품받아 원전에 설치하는 한수원의 현직 관계자도 커넥션의 '종착지'로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수원은 원전 독점운영 권한을 유지할 목적으로 정치권에서 감사를 영입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불량부품을 만든 JS전선을 비롯한 부품업체는 커넥션의 '출발점'으로 의심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12월에도 품질서류를 위조해 부품을 납품한 업체 10곳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한수원의 일부 직원과 짜고 최근 10년 동안 서류 215건을 위조해 1만3000개가 넘는 부품을 공급했다. 이들 부품업체는 원전 건설 증가로 시장이 커지자 한수원 출신을 대거 영입해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원전 마피아가 구축한 '그들만의 리그'를 깨려면 지금처럼 원안위가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원전 찬성론자 일색으로 꾸려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안위는 이날 원자력 산업계의 비리 제보를 받아 조사하는 '원자력안전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초대 옴부즈맨으로 법무법인 '로고스'의 김광암(52) 변호사를 임명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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