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억지력 높이자 - 성범죄 부르는 술] 고종석(나주 초등생 성폭행 피해자), 면회온 가족에게도 술 탓.. "내가 그날 급술(급하게 술 마셨다는 뜻)을 했어"

광주광역시 2012. 9. 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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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부터 만취, "계획적 범행" 고백

"(피해자에겐) 미안하지. 내가 그날 '급술(급하게 술을 마셨다는 뜻)'을 했어…"

전남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고종석(23·구속)은 4일 광주 서부경찰서 1층 유치면회실에서 만난 가족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날 낮 12시 50분쯤 고종석의 아버지(54)와 어머니(48), 누나(27)는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고종석을 찾아가 약 25분간 면회했다. 고종석이 가족들을 만난 건 지난 5월 전남 완도 보길도에서 마을 금고에 들어 있던 돈 700만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섬에서 쫓겨난 지 넉 달 만이었다.

기자는 이날 면회를 마치고 나온 고종석의 가족들로부터 면회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의 누나는 "철창 너머 동생이 가족들을 보자마자 '뭐 하러 왔느냐'면서도 내심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며 그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전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날 고종석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계기로 '술'을 탓하면서 술에 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왜 그랬냐"고 묻는 누나에게 "그날(범행 당일) 밤 내가 PC방에서 피해자 엄마를 만났다고들 하던데, 사실 PC방에 간 것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초저녁부터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범행 당시 고종석은 남동생·작은아버지와 함께 소주 6병을 나눠 마신 뒤 PC방에 들렀다가 만취 상태로 초등학교 1학년 A(7)양을 납치·성폭행했다(그는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도 "6병 중 절반 이상을 혼자서 마실 만큼 많이 마셨고, 결국 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고종석은 술을 탓하면서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범행을 계획한 건 맞는다"는 말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고종석은 "그날따라 술 취해 욕정이 확 넘친 상태에서… 길 가던 도중 그 집 아이를 (성폭행)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라며 "원래는 그 아이(A양)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A양의 친언니를 노렸다는 것이다. 아버지 고씨는 "가만히 서서 놈(고종석)을 바라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 하는 한숨과 함께 눈물이 났다"고 했다.

누나가 "그 아기(A양)한테 미안하지도 않으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범행을) 반성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갖고 갈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 말을 하면서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고 누나는 전했다.

고종석은 면회 시간이 다 돼가자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는데, 구치소로 옮길 때 일반 시민이 와서 폭행하고 그럴 수도 있다"면서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고종석은 이날 면회를 마치고 나가는 가족들에게 "앞으로는 면회를 안 받을 거니까 찾아오지 마라"고 했다. 이어 "정말 미안한데, 마지막으로 급식(사식)만 좀 넣어달라"는 그의 말에 가족들은 영치금 8만원을 맡기고 나왔다.

아버지 고씨는 이날 면회 후 기자에게 "피해를 입은 아이와 그 가족에게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못난 아들놈 둔 죄에 대해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다. 그의 누나는 "아무리 문제아라도 내가 끝까지 데리고 있었어야 했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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