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성범죄 합의 땐 풀어주는 관행 고친다

정원엽 2012. 9. 3. 02: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형사법관 포럼서 의견 모아

앞으로 성범죄자가 합의를 했거나 보상금을 공탁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는 일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원은 전국 형사 담당 법관들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포럼을 열고 성범죄 사건 재판의 형량 등에 대해 토론한 결과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2일 밝혔다. 포럼에서 판사들은 그동안 법원에서 성범죄 사건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형을 내려왔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배포된 토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을 받은 성범죄 피고인 4260명 중 2307명(54.2%)이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형(사형·무기징역 포함)을 받고 수감된 사람보다 350명이나 많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48.1%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양형기준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나 살인사건 재판의 경우 대법원이 마련한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경우가 12%밖에 안 됐지만 성범죄는 20% 넘게 기준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이는 형법상 성범죄가 친고죄로 규정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자가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면 형을 깎아주도록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고, 합의나 공탁을 감형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19세 미만 청소년·아동 대상 성범죄는 친고죄 조항이 사라졌는데도 판결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 중 합의를 한 경우에는 77.5%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합의를 못한 피고인은 65.2%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료를 준비한 부산지법 형사5부 박형준 부장판사는 "성범죄에서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으면 실형을 원칙으로 하다가 합의가 되는 순간 집행유예가 원칙이 되고 실형이 예외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판사·검사·변호사·형법 교수)들이 성범죄를 보는 시각도 일반인들의 정서와는 큰 격차가 있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일반 시민들은 강간사건을 살인보다 더 엄하게 처벌(26.1%)하거나 똑같이 처벌(38%)해야 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전문가들은 61%가 살인죄에 대해 더 중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판사들도 이 같은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비공개로 열린 토론에서 판사들은 '피해자와의 합의'나 '보상금 공탁'을 이유로 성범죄자의 형을 깎아주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피해자가 친족이나 아동·장애인의 경우 합의에 대한 심리를 더욱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논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는 않지만 참가한 판사들이 전국 법원에 적극적으로 전할 예정이어서 실제 재판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원엽 기자 < wannabejoongang.co.kr >

정원엽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6살때 엄마 잃은 고종석, 빈집 들어가…충격

김정은 옆 웃던 이설주, 팝콘 집어 들더니…

연세대 5개 학과 '최상위권'…서울대·고려대는?

"북창동에…" 무더기 고발자 누군가 했더니

"韓, 美특허 평결로 삼성 브랜드가치 다시 생각"

박근혜 지지율 50%대 첫 돌파…안철수 비교하니

'실리콘밸리도 강남스타일' 점심 메뉴 '깜짝'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