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가능하다, 문재인 50% 막으면.."

2012. 8. 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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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들의 일주일

손학규 캠프

"지옥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기어서 올라가고 있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마라. 반드시 역전한다."

비장하다. 손학규 후보와 참모들의 얼굴에는 요즘 결기가 가득하다. 지난 25일 제주에서 30일 충북까지 진행된 민주당 경선은 손 후보에게 가혹한 시련이었다. 현장과 주변 취재를 바탕으로 일주일을 되짚어 보았다.

25일(토)

제주 경선의 첫번째 연설자는 손학규 후보였다. 그는 태풍 이야기를 꺼냈다.

"태풍이 오고 있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태풍이 한번 불어야 바닷물이 뒤집히고 고기가 많이 잡힌다. 어설픈 대세론으로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 판을 과감하게 흔들어야 한다. 저 손학규 태풍이 불게 해 달라."

그러나 이날 저녁 몰아친 것은 '문재인 태풍'이었다.

"손학규 후보 4170표, 문재인 후보 1만2023표."

현장에서 임채정 선관위원장의 발표를 듣던 손 후보와 참모들은 벼랑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장을 빠져나간 손학규 후보와 신학용 본부장, 강석진 공보특보 등 참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뭔가 잘못됐다. 무효표가 하나도 없는 선거가 어디 있나. 대선후보 경선인데 투표율 55%가 말이 되는가."

손 후보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고 서울로 올라갔다. '손학규 후보 경선불참 검토'라는 긴급 뉴스가 뜨기 시작했다. 손학규 캠프는 한밤중에 제주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전원 철수 지시를 내렸다.

제주 20.7%, 울산 11.8%"무엇인가 잘못되었다"며격한 발언을 쏟아냈다강원 37.6%, 충북 40.3%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았다경선불참을 고민하던 날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절대로 그만두면 안돼요"

캠프의 긴장감 노린 강경발언?

26일(일)

아침부터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가 울산 경선에 참여할 것인지가 관심이었다. 손 후보는 일단 낮 비행기를 타고 울산에 내려와 행사장 근처 호텔에 머물렀다. 세 후보가 만나 경선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 의견을 나눴다. 손 후보가 가장 강경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제주 선거인단은 재검표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재투표를 하겠다며 세 후보에게 복귀를 권고했다. 오후 4시 당 지도부는 울산 투·개표를 강행했다. 손 후보는 참여냐 불참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

손 후보는 이날 밤 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 지도부를 비난하며 경선을 거부하면 국민들에게 욕을 먹게 되어 있다. 절대로 그만두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한달 전 지지율 답보로 괴로워할 때 '아빠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 같다. 그러니까 고난을 주시는가 보다'라고 했던 딸이다.

27일(월)

손 후보는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 11층 캠프 사무실에서 선대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손 후보는 "이 당을 패권주의자들이 유린하고 있다"고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손 후보는 모든 방을 빼놓지 않고 들러 직원들과 악수를 했다. 그는 차를 타고 떠나면서 "국민들이 욕을 할 것이다. 각오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오후 청주의 방송 토론회는 당연히 불참했다.

이날 낮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참모들에게 제주 로그파일을 열어본 결과, 투표 인증 절차를 거친 뒤 투표에 실패한 유권자가 599명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두관 후보의 복귀 소식도 들려왔다. 참모들은 복귀를 결정했다. 조정식 본부장이 손 후보에게 의견을 전했고 손 후보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손 후보는 아침까지 도대체 왜 경선에 불참할 것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였을까? 캠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을까?

28일(화)

손 후보는 오전 8시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태풍 얘기를 꺼냈다.

"우리 캠프에도 태풍이 확 쓸고 지나갔다. 태풍이 몰아 칠 때는 몰아치고 뒤집힐 때는 뒤집혀야 한다. 설사 그 대상이 우리 자신이라 해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는 "정말 겸허한 자세로 하늘과 국민이 우리에게 있다는 믿음을 갖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당부했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었고 결국 해전에서 승리했지만 우리는 120척, 1200척의 배가 있다"는 말도 했다. 이날 오후 손 후보는 원주 연설에서 시편 37편을 인용했다.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손 후보는 강원에서 37.6%를 득표했다. 제주 20.7%, 울산 11.8%에 비하면 선전이었다. 이날 밤 <문화방송> '100분 토론' 생방송이 있었다. 후유증 때문이었을까? 손 후보는 평소에 비해 토론을 잘하지 못했다.

29일(수)

손 후보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전북으로 달려갔다. 전북은 태풍 볼라벤의 피해를 크게 입은 지역이었다. 그리고 30일과 31일 모바일투표를 앞두고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손 후보는 태풍으로 숨진 피해자의 유족들을 위로하고 피해농가를 여러 곳 방문했다.

30일(목)

이날 오후 충북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는 40.3%의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누적 득표율에서도 27.5%를 기록해 52.3%의 문재인 후보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경선이 끝난 뒤 손학규 후보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여러 사람에게 "수고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안정된 표정을 되찾고 있었다. 손 후보는 청주 경선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으로 이동해 텔레비전 토론 준비를 했다.

TV토론에서 강점 보여주지 못했나

31일(금)

오전 9시30분 <부산문화방송>에서 부산·울산·경남 텔레비전 토론을 했다. 전에 했던 두 차례의 토론보다 비교적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후보는 기득권, 패거리 정치, 패권주의, 지역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웠다. 표정에 자신감이 넘쳤다.

지금까지 제주·울산·강원·충북의 경선 결과를 놓고, 손학규 후보의 김영철 비서실장은 "역전의 발판은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참모들도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 누계가 52%에 그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9월16일까지 순회경선에서 손학규 후보가 1등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을 50% 미만으로 묶어둘 수 있다면 9월23일 결선에서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손학규 후보는 9월1일 발표되는 전북 경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북은 선거인단이 9만5707명이다. 제주·울산·강원·충북 네 곳을 합친 9만2552명보다 3000명 정도 많다.

손 후보의 참모들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이사장인 최규성 의원이 공식적으로 우리를 돕지는 못하지만 조직의 대부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었다"며 "또 전정희·이춘석·장세환 등 이 지역에서 발이 넓은 전·현직 의원들의 조직이 풀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원불교 쪽이 손 후보에게 우호적이라는 데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장세환 홍보미디어본부장은 "몇몇 단체장과 진보적 개신교계가 손학규 후보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물론에서 확실히 앞서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손학규 후보가 전북에서 1등을 차지하거나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를 확 좁힐 경우, 민주당 경선의 역동성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손학규 후보가 최대의 수혜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전북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하지 못하면 추격의 계기를 잡기가 쉽지 않다. 9월6일 광주·전남, 9월15일 경기, 9월16일 서울이 큰 승부처인데, 손학규 후보에게 꼭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손학규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탄탄한 정책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인정할 정도다. 그런데도 초반 성적이 너무 부진하다. 왜 그럴까? 캠프에 몸담고 있는 주대환 경제민주화정책특위 위원장은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손 후보의 강점인데, 텔레비전 토론에서 그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텔레비전 토론은 9월3일 <광주문화방송>, 9월7일 <에스비에스>(SBS) 두 차례가 남아 있다. 주대환 위원장의 분석이 옳다면 손 후보에게는 두 차례의 텔레비전 토론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제주·울산·청주/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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