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아직 예측불허"

2012. 8. 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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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들의 일주일

김두관 캠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의 초반 흥행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강력한 '다크호스'로 예상됐던 김두관 후보의 부진이 한몫했다. 경남지사직을 던지는 배수진을 친 것에 비하면 '본전 생각'이 날 정도다. 김 후보에게 '김문수 지사처럼 현직을 유지하는 건 어땠을까'라고 물었다. 김 후보는 "그분은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저는 성정상 그렇게 두 가지 다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남은 경선 기간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통치 아닌 자치 배웠고귀족 아닌 서민이고재벌·기업에 빚이 없는 사람그래서 내가 박근혜 맞수"전북에서도 잘 안되면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질 것하지만 나의 스토리를아끼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모바일투표 대응 너무 오버했나…

민주당 전국 순회경선을 닷새 앞둔 지난 20일, 김두관 후보는 모교인 동아대 총동창회 행사에 참석했다. 부산 코모도호텔 2층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김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동아대는 입법부 수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배출했습니다. 사법부에선 대법원장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법조계의 존경을 받았던 조무제 전 대법관이 계셨습니다. 이제 행정부의 수반이 동아대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와주십시오!" 동문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이어 차분한 말투로 "지금은 제가 민주당에서 3등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 제주·울산 경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행취재를 하며 그에게 '3등 탈출이 가능하다고 보는 근거'를 물었다. 그는 이날 오후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의원이 그 근거라고 답했다. "민주개혁진영이 박근혜 후보를 상대할 인물로 저를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치'가 아닌 '자치'로 정치를 배웠고, 귀족이 아닌 서민이고, 재벌이나 기업에 빚이 없는 사람, 저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하."

닷새 뒤 제주 경선에서, 그리고 다음날 이어진 울산 경선에서, 김 후보의 이런 자신감은 한풀 꺾였다. 닷새 전 예고했던 '3위 탈출'은 없었다. 제주 경선 직후 모바일투표 불공정 논란이 벌어졌다. 그는 손학규 후보 쪽의 문제제기에 동의해 다음날 울산 경선 연설회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는 경선 투표를 그대로 강행했고, 경남 출신인 김 후보는 1위를 노렸던 울산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뒤졌다.

경선 참여 여부를 두고 캠프 내 격론이 벌어졌다. 27일 낮 캠프는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경선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1시간30분 뒤 김 후보는 "당을 살리기 위한 후보의 결단"이라며 경선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불참을 통한 항의'로 바뀐 것은 없었다. 오히려 '투표 방식에 합의해놓고, 경선 불참은 과한 문제제기'라는 역풍까지 떠안아야 했다.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휩쓸고 간 28일, 비바람 속에 치러진 강원도 경선에서도 그는 1, 2위와 차이가 많이 나는 3위를 했다. 김두관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한 인사는 "초반 어수선했던 캠프가 이제야 자리를 잡았는데, 모바일투표에 대한 대응을 하면서 너무 오버했다. 경선 복귀 선언도 늦었다"고 평가했다. 씁쓸한 표정의 그는 경선장에 잠시 얼굴을 비춘 뒤, 후보들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경선장인 원주 인터불고 호텔을 떠났다.

30일 청주체육관에서 진행된 충북 경선 때 또 태풍이 왔다. 이번엔 '덴빈'이었다. 김두관 후보는 또 3위를 했다. 경선이 치러진 4곳을 합친 성적도 1위 문재인 후보(52.3%), 2위 손학규 후보(27.5%)에 견줘 많이 뒤지는 3위(16.1%)였다.

김 후보는 모바일투표로 불거진 '불공정 경선' 논란과 관련해 남은 앙금을 아직 털어내지 못한 듯했다. 그는 충북 연설에서 "패권주의라는 유령이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들은 안전하게 칼자루를 쥘 테니, 나머지는 모두 칼날을 쥐고 피를 흘리라고 강요하고 있다. 경선 규칙을 정하면서 후보자의 의견을 무시했다. 이렇게 당을 운영하니까 국민들이 민주당을 떠나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앞서 이해찬 당 대표의 연설 때는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지지자들이 야유와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김 후보 캠프는 "(당 지도부의) 수준 낮은 선거관리 행태 등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 당원들이 당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는지 성찰하기 바란다"고 거들었다.

충북 경선이 끝나고 김 후보는 사선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자신의 검은색 스타렉스 차량에 서둘러 올라탔다. 차량 문이 다 닫히기 전에 질문을 던졌다.

"후보님 오늘 경선 결과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하하, 뭐 그냥 3등 한 거죠. 다음 전북 경선 지켜봐 주세요. 잘될 겁니다", "손학규 후보와 연대를 하는 일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아, 그럼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3등 탈출 못해도 손학규와 연대 없다"

겉으로는 초조한 기색을 엿볼 수 없었다. 제주·울산에서 초반 반전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다시 반전의 기회를 전북으로 넘겼을 뿐이라는 표정이었다. 김 후보 옆의 한 참모는 "강원과 충북은 예상대로 나왔다"며 결과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문제는 전북이다. 전북 현지에 파견된 김두관 캠프 관계자에게 분위기를 물었다. "정말 잘하지 않으면, 나머지 경선 해 볼 것도 없이 여기에서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단체장은 손학규 후보가 잡고 있다. 시·도 의원들은 전북에서 4선을 한 정세균 후보 쪽 사람들이 많다. 여론은 문재인 쪽이 유리하다. 다만, 우리 캠프도 주요 인사들의 분포를 보면 전북 출신이 가장 많다. 예측불허다."

김두관 캠프의 전략기획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전북 전략에 대해 "충성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 진영이 열심히 투표인단을 모집해도, 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국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후보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캠프에서는 지역구가 각각 군산과 정읍인 김관영 선대위 대변인과, 유성엽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선거인단 모집 때 이들은 지역구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충성도 높은 소집단을 활용한 이들의 투표인단 모집 전략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민병두 위원장은 "문 후보의 하향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김두관 선호도가 높은데, 대의원들의 민심이 호남 민심과 비슷하다. 호남의 자존심에 호소하면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김 후보가 전북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출구전략'을 묻는 질문에, 캠프 관계자들은 대부분 "상상해보지 않은 미래", "불리한 가정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 등 손사래를 쳤다. 김 후보는 이미 30일 "민주당 경선은 김두관의 힘과 비전으로 완주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경선 중간에 다른 이와 연대하는 것은 자신이 해온 정치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당 안팎에서도 당원들과 선거인단이 현재의 득표율 정도로 그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그의 '스토리'와 '잠재력'을 아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선 중간에 판이 크게 흔들리는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여전하다. 다만 준비기간과 조직, 자금, 여론 등 어느 것 하나 자신에게 유리한 게 없는 상황을 그 스스로 어떻게, 어디까지 돌파해내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이번 경선에서 뭔가 변화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부산·원주·청주/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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