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3등만 했어도 김두관과 단일화 계획"

2012. 8. 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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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들의 일주일

정세균 캠프

정세균 후보는 늘 웃는다. 지난 28일 강원도 원주, 30일 충북 청주에서도 웃었다. 사실 웃을 처지는 못된다.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지역별 순회 경선 초반전, 그는 25일 시작된 제주 경선에서부터 청주 경선까지 내리 졌다. 이기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네 번 모두 꼴찌였다. 누적득표율 4.0%. 민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을 모두 거친 5선의 국회의원, 노무현 정부 산업부 장관이라는 국정 경험도 있어 정책에 강한 경제통이라고 자부하는 그로서는 참담한 성적표다. 그럼에도 절박하거나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

'호남과 영남 후보 결합해서그 힘으로 손학규 넘고결선에서 문재인을 꺾자'애초 구상은 빗나갔지만…누적득표율 4%로 참담꼴찌라도 완주는 할 것지금 목표는 전북서 2등하고광주·전남서 반전 꾀하기

"민주당서 20여년, 정통성 하면 정세균"

물어보고 기록하는 게 본업인 기자들도 던지기 힘든 질문이 있다. 정 후보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이런 초반전 결과를 예상했는가, 전세를 뒤집을 숨겨둔 카드가 있는가, 나머지 경선 일정을 완주할 것인가, 그리고 경선에 왜 나왔는가이다. 강원과 충북 경선 현장을 오가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정 후보에게 물었다. 정 후보에게 던지기 힘든 '돌직구'는, 그를 돕고 있는, 그를 대신해 말하는 의원들과 캠프 보좌진들이 대신 맞아야 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다음을 노리고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2002년 처음 도입된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 나서 5년 뒤 대선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세균 후보는 그런 목표를 삼기에, 1950년생의 5선 국회의원으로 정치적·생물학적 나이가 많다. 정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되려고 도전했고 그에 이르는 경로도 상정하고 있었다.

"초반에 김두관 후보를 제치고 의미 있는 3등을 하는 거지. 그리고 김두관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거야. 민주당의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호남 후보와 영남 후보의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탄력을 받겠지? 그 힘으로 2등 손학규 후보를 넘는 거지. 정책 면에서는 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잖아. 결선투표 가서 문 후보를 꺾고 후보가 되는 것이 우리 구상이었어. 공개적으로는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지만…." 강원 경선이 열린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만난 정 후보의 대변인 이원욱 의원의 말이다.

그 얼개는 제주 경선에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다. 3위가 목표였으나, 3위와 큰 차이로 출발했다. 충북 경선까지 누적득표 3위인 김두관 후보의 누적득표율은 16.1%다. 하지만 정 후보 쪽은 9월1일 전주 경선에서 순위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근거는 세 가지다. 우선 전북 선거인단 규모는 9만5707명으로, 초반전(제주·울산·강원·충북) 네 곳의 선거인단을 모두 합한 수(9만2552명)보다 3000명 정도 더 많다. 산술적으로는 누적득표 2만7942표(득표율52.3%)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도 제칠 수 있는 규모다. 정 후보는 지난 4·11 총선에서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되기 전까지, 1996년 15대 총선부터 전북(진안·무주·장수)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게다가 네 후보 가운데 유일한 호남 출신이다.

전북 경선에 앞서 기자와 만난 정 후보는 자신이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는,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가 바로 나다. 민주당원이 된 지 문 후보는 9개월, 김두관 후보는 7개월, 손학규 후보는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정세균은 20여년을 민주당과 생사고락, 풍찬노숙을 해왔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에 모두 참여한 가장 정통성 있는 후보다. 대선은 역사와 국가 미래를 건 진영과 진영의 한판 싸움이다. 진영을 대표하기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정통성은 가장 강력한 선거전을 이끌 수 있는 기본 전제다. 경선 이후 본선거에서도 당의 단합과 단결을 이룰 수 있는 정통성과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단연 정세균이 최고라고 자부한다." 정 후보의 말이다.

어쩌면 민주당 생활을 오래 해온 대의원과 당원들에게는 울림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국민선거인단이 결정한다. 호남의 정확한 민심은 우리 지역 출신이 아니어도 좋다, 심지어 민주당이 아니어도 좋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를 꺾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열 준비가 돼있다 정도 아닐까. 2002년 노무현이 그랬고, 2012년 안철수가 그렇다. 정세균 캠프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전북 경선 1위'라는 목표는 '의미 있는 2등'으로 수정됐다. 전북 경선에서 순위를 바꾸고 9월6일 광주·전남 경선을 도약대 삼아 반전을 꾀한다는 전략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서 전북 경선은 정 후보에게 사활을 건 승부처다.

문제는 호남에서조차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할 때다. 민주당이 올해 도입한 지역별 순회 방식의 완전국민경선제는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모델로 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처음엔 여러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지만, 지역 순회 경선을 하던 도중 득표가 신통치 않고 그 영향으로 경선을 이어갈 조직력과 자금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드롭'을 한다. 경선을 포기하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 박빙의 승부가 아니라면 막판은 후보 추대대회 형식으로 치러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 민주당 방식은 초반에 예비경선을 통해 다섯 후보를 추렸다. 또 후보들은 완주를 목표로 한다. 최대 선거인단이 참여할 것으로 추정되는 9월15·16일 경기와 서울 경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연 힘들다면 비중있는 조연 몫 기대

정 후보도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애초 완주가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향해 가고 있다. 정치인들은 대체로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지역별 경선이 몇 개월 이어져 세상이 '저평가 우량주'라는 정 후보의 진가를 알아줄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몰라도, 눈 밝은 시민들의 시선은 이미 민주당 경선 너머로 향해 있다. 결선투표가 없다면 보름 뒤인 16일 서울 경선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결정된다. 초반 누적득표율 4%인 정 후보가 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크지 않다.

정 후보 쪽 사람들은 경선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정세균의 몫'이 있다고 말한다. 두 가지다. 정 후보의 말처럼 집권은 대통령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진영과 세력이 한다. 민주당 지지세력의 중심축인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없다. 앞으로의 정치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과거의 정치와 달라지겠지만 현재의 정치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호남의 정치적 상징으로 야권의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정 후보가 기여할 몫이 있다고 보는 게 첫번째다. 또 하나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다. 오픈프라이머리의 가장 취약한 점은 과열 경쟁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불공정 시비가 일면서 파열음이 생긴다. 경선 불복은 선출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물음표에서 출발한다. 평소 '선당후사'를 강조해온 정 후보가 큰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정세균 후보는 지난 4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갖출 것 다 갖추고 괜찮다고 해서 선택받는 것은 아니다. 시대정신과 맞아야지 기회가 오지.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콘텐츠(내용)를 갖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잘 맞지 않으면 조연하는 거고, 맞으면 주연 되지 않겠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호남 경선에서 이변이 없는 한, 그가 올 연말 대선까지의 정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비중 있는 조연 없이 성공하는 드라마는 없다.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도 삼장법사 없이 손오공·저팔계·사오정만 있었다면 성공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원주·청주/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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