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2차 공습.. 반격 나선 삼성·LG

백강녕 기자 2014. 10. 3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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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격전.. 휴대폰 삼국지 애플 아이폰6, 단통법 효과로 가격 경쟁력 생겨.. 2009년 아이폰 첫 상륙과 맞먹는 위력 삼성 갤럭시노트 엣지 국내 시장에 맨 먼저 투입.. 다양한 제품군 앞세워 시장 지키기 LG 내달 '아카'란 이름의 신제품 출시 계획.. 스마트폰 출고가 10만원 낮추며 반격

애플이 다시 한 번 한국 휴대전화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란 신무기를 양손에 든 애플은 '2차 한국 상륙 작전'을 개시하기 때문이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상륙했을 때 한국 휴대전화 업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2010년 9월 기준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16%까지 치솟았다. LG전자와 팬택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 스마트폰 업체로 떠오른 것이다. 그야말로 '애플 쇼크'였다. 2009년 휴대전화 사업으로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LG전자는 2010년 66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삼성전자도 공황(恐慌) 상태였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IM(IT 모바일)사업부 영업이익이 2009년 2분기 1조1200억원에서 2010년 2분기엔 63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익률이 높은 고가 제품 시장에서 애플에 밀렸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이 당시를 회고하면서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이폰6, 한국 시장에서 돌풍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그냥 쓰러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반격에 나서 2011년 애플을 밀어내고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 자리를 차지했다. LG전자도 G시리즈를 앞세워 2012년 이후 다시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의 거센 반격에 밀린 애플은 한국 시장에서 마이너 업체로 주저앉았다. 현재 아이폰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5% 선까지 하락했다.

요즘 한국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들은 다시 애플 때문에 공포심을 느낀다. 애플은 31일 한국 시장에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한다.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애플 할아버지'도 두렵지 않다"던 국내 업체들이 이번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애플의 새 무기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아이폰6플러스는 애플이 내놓은 첫 패블릿이다. 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인 패블릿은 화면 크기가 5.5인치보다 큰 대화면 스마트폰을 이른다. 지금까지 애플은 패블릿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패블릿은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애플과 싸울 때 쓴 주력 무기였다. 세계 최초의 패블릿이 바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인 G프로2와 G3도 패블릿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특히 인기인 패블릿은 '스마트폰 코리아'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한국 기업들은 애플이란 강적이 없는 패블릿 시장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

그러나 애플이 한국의 주력 병기를 모방해 만든 신병기를 들고 한국에서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KT 측은 "아이폰6의 예약판매량은 2009년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예약판매량의 1.5배쯤 된다"고 전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2009년의 1.5배다.

◇애플에 날개 달아준 단통법

게다가 한국 시장 지형이 2009년보다 애플에 유리하게 변했다.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덕분이다. 단통법은 휴대전화를 살 때 통신사와 제조업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지원금) 한도를 30만원으로 정하고 규정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LG의 최고급 스마트폰은 사실 출고 가격에서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물건을 살 때 피부로 느끼는 실제 구매가격은 늘 아이폰이 비쌌다. 그 이유는 바로 보조금 때문이었다. 과거 국내 업체들은 많은 보조금을 사용해 아이폰보다 평균 10만원 정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아왔다. 그러나 단통법 규정을 지키면 아이폰과 국내 최신·최고가 제품의 구매 가격이 비슷해진다.

게다가 통신사들은 아이폰6를 애플이 공식 발표한 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에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홈페이지에 공시한 아이폰6(저장용량 16기가바이트) 가격은 85만원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보상판매 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폰을 이보다 더 싼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

예컨대 LG유플러스는 나중에 중고폰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미리 제품 가격을 깎아주는 제도를 만들어 아이폰6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아이폰5 사용자라면 기존 폰을 반납해서 20만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1년 6개월 후에 아이폰6를 반납하면 20만원을 추가로 깎아 주기로 했다. 여기에 보조금을 상한선인 30만원까지 지급하면 제품 가격이 70만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 다시 말해 10여만원으로 아이폰6를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제품 다양화, 가격 인하로 맞서는 국내 업체들

애플에 맞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본 전략은 제품 다양화다. 9월 말 갤럭시노트4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28일 갤럭시노트 엣지를 다시 투입했다. 아이폰6가 한국 시장에 출격하기 전에 한발 먼저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9월 초에는 금속 소재 케이스를 사용한 갤럭시알파를 선보였다. 갤럭시알파는 역시 금속 소재 테두리를 사용한 애플 아이폰과 외양이 비슷하다는 평가다. 출고가는 78만4000원으로 다른 최고급 제품들보다 10만원 정도 저렴하다.

LG전자도 주력 제품인 G시리즈의 변형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가격·화면크기·디자인 등에서 각각 장점을 가진 다양한 모델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5월 말 태어난 G3는 겉모습이 판박이인 '동생'이 4명이나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G3비트, 5.7인치 대화면을 장착한 G비스타, 전자펜을 장착한 G3스타일러스, 독자 개발한 AP(응용프로세서)를 사용한 G3스크린이다. 다음 달에는 '아카'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카는 앞면에 커버가 달린 제품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는 글로벌 시장은 물론이고 안방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KT 회장은 "삼성전자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2009년에 이어 이번 위기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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