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막고, 세금 걷고..담배의 놀라운 경제학

김승호 입력 2015. 3. 4. 10:41 수정 2015. 3. 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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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가진 놀라운 경제적 영향력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올해 1월1일부터 기존 2500원이던 담배 1갑을 4500원으로 80%나 인상하면서 담배가 물가와 세금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에 비해 0.52%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 올해 1월 0.8% 등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특히 물가수준(인플레이션율)이 0% 이하, 즉 마이너스(-)가 되면 영락없는 디플레이션이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이 0.52%를 기록한 2월의 경우 담뱃값 인상이 물가를 0.58포인트 끌어올렸다. 담뱃값 인상만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0.52-0.58=-0.06%)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담뱃값을 올려 일단은 디플레이션을 막은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오전 한 강연에서 당장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담뱃값 인상 요인 제외시 물가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어서 디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담배의 경제적 능력(?)은 세금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된다.

현재 4500원짜리 담배 1갑에 포함돼 있는 세금과 부담금은 담배값의 73.7%인 3318원이나 된다.

4500원에는 담배소비세가 1007원(22.4%)으로 가장 많고 건강증진부담금 841원(18.7%), 올해 처음 도입·적용한 개별소비세 594원(13.2%) 등이 주로 포함돼 있다. 나머지 1182원(26.3%)이 담배회사나 담배판매점 등이 가져가는 출고가 및 유통마진이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하루에 담배 1갑, 1년에 365갑의 담배를 피는 애연가는 연간 121만원의 세금(부담금 포함)을 더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담배를 피움으로써 국가 재정(개별소비세)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건강증진 부담금), 지방 교육(지방교육세) 등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담뱃값 2500원 인상으로 담배소비량이 기존에 비해 34%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이를 통한 세금은 연간 2조8000억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담뱃값이 인상돼 적용된 첫 달인 지난 1월 담배 판매량은 1억7000만 갑으로 지난해 12월의 3억9000만 갑에 비해서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이같은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 및 세금 인상으로 담배는 앞으로도 경제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1갑 이상의 담배를 폈던 한 애연가는 "(담뱃값 인상이)흡연자들을 볼모로 삼은 것 같아 씁쓸하지만 (흡연으로)국가 경제에 기여한다고하니 기분이 크게 나쁘진 않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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