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플레 경보'] 커지는 'D의 공포'..투자·소비 안 살아나면 '장기불황' 직행

김우섭 2015. 3. 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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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상승률 사실상 마이너스 경제심리 위축→내수부진 악순환 우려 低유가 등 공급 요인보다 수요 침체가 문제 금리인하 등 단기 처방보다 구조개혁 시급

[ 김우섭 기자 ]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그동안 여러 갈래로 제기돼왔던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기 회복 부진으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해오긴 했지만 실질 상승률(담뱃값 인상효과 제외)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가 하락 중심축이 변했다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가뜩이나 투자 소비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으로 다시 내수가 얼어붙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꼭 그런 경우다. 일본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성장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물가 하락을 이끄는 중심축의 이동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투자 소비 부진 등 수요측 요인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월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모두 감소해 전월보다 3.1% 줄어들었다. 설비 투자도 7.1% 급감했다. 금리 인하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투자 고용 확대와 소비심리 활성화 등을 위한 규제 완화 및 구조개혁 등과 같은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도 물가 수준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목표(2.5~3.5%)보다 눈에 띄게 낮게 형성되는 이유로 수요 부진을 꼽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 소비자 물가 수준이 한은의 물가 안정목표를 3년째 밑돌고 있다는 것은 공급 요인보다는 단기 수요 관리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은이 여전히 공급측 요인을 강조하며 '디플레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재 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1990년대 후반까지 공급측 요인 때문에 물가가 내려가는 것이니 기다려보자고 하다가 결국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다"며 "현재 정부·한은의 경기 판단과 경제 상황은 당시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적 완화 유럽보다도 낮아

물가 하락 추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의 2007~2011년 평균 근원소비자물가(가격 변동성이 높은 석유류와 식품류를 뺀 물가) 상승률은 평균 2.7%였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유럽 26개국의 상승률(2.0%)보다 높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근원물가 상승률을 분석해보면 한국의 근원물가는 2012년 1.6%로 1%대에 진입한 뒤 2013년 1.5%, 지난해 1.7%로 1% 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보다 낮은 수준이다. OECD에 가입한 26개 유럽 국가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9% △2013년 1.6% △2014년 1.7% 등으로 한국보다 평균 0.13%포인트 높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유럽 내 경제통들은 자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고 난리를 치는데 정작 하락 흐름이 더 가파른 한국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디플레이션·디스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deflation)은 1990년대 일본처럼 물가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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