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월째 흑자라지만.. 경기지표엔 '위기' 그림자

조민영 기자 2015. 3. 3.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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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잖은 '불황형 흑자'

한국의 경상수지가 35개월째 흑자를 냈다. 그런데 한국의 경기회복 위기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난 것이 아닌 수입이 급감한 탓에 발생한 '불황형 흑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산업생산이 큰 폭으로 다시 내려앉았고, 저물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들이 무색할 정도다. 저성장 국면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되지만 이미 위기 수준인 가계부채가 더 늘 위험이 있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경상수지 흑자? 1월 수출 줄고, 수입은 더 많이 줄어=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69억 달러 흑자였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흑자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1월 수출이 455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된 것은 수입 감소 폭(16.9%)이 수출 감소 폭을 앞선 탓에 생겨난 결과다. 한은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출입이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1월 수출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화학 제품 수출입 감소 영향이 크다"면서 "석유화학 제품을 제외하면 통관 기준 수출은 6.6% 증가했고, 에너지류를 제외한 수입은 5%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단 유가 하락 효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둔화가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수출 감소 탓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유가가 하락하면 경기가 좋아지는 게 일반론이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초 산업생산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기지표가 큰 폭으로 내려앉아 우려를 키웠다. 이날 발표된 통계청의 '1월 산업생산'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이는 2014년 8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광공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 3.7% 줄어들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10.5%)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비와 투자도 좋지 않다. 소매판매는 의복, 음식료품 등 판매가 줄면서 전월보다 3.1%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7.1% 줄었다.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는 2월 물가상승률이 1월보다 더 낮은 0.5∼0.6%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처럼 내수가 나빠지고 있는데 경상수지가 흑자인 것은 불황형 흑자가 확대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먹히는 경기부양책…정부, "2분기 이후 효과 나타날 것"=정부는 이미 지난해 46조원 이상의 돈을 푼 경기부양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백약이 무효'였다는 비관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계청 자료가 아니어도 생산동력이 약해지고 경기가 최악인 것을 모두가 체감하고 있지 않으냐"면서 "정부가 확장적 재정이라도 더 해야 하지만 재원이 빠듯해 여지가 적다. 정부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마저 제기된다. 그러나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선택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이미 위험 수준이 이른 가계부채가 더 빠르게 늘어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의)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매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경기지표 부진이 일시적 요인에 의해 확대된 것이라며 2분기부터는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12월 광공업생산이 2009년 9월 이후 5년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유가 하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2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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