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는 인신매매 피해자", 정부 "본질 흐리기" 전방위 압박

김광수 2015. 3. 29. 2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 강제성 빼고 인권유린에 초점

美日 밀월 틈타 비판 희석 속셈

"日 국가책임 민간에 전가" 비판

"안보 이슈 등 묶어 대응" 목소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내달 29일 미국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한일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악의적으로 왜곡하면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필두로 우리 정부가 총공세에 나섰다. 아베의 잇단 도발은 미국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수위를 떠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인 가운데 우리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인신매매로 호도하자 대일 총공세

정부는 주말인 28일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내놨다. 아베 총리가 27일자(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하면서 왜곡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아베 총리는 "측량할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고 부연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정부 당국자도 "인신매매라는 표현이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민간업자들에게 돌리고 일본 정부의 관여와 책임을 부인하려는 의도에서였다면 이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촉구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가세했다. 윤 장관은 29일 방영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과 8월 새 담화 발표를 거론하며 "이런 올해 두 차례의 계기는 일본에 하나의 시험대로, 만약 이런 기회를 놓치게 되면 일본 리더십에 큰 손상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장관은 이어 "역사인식 문제는 한국 정부만의 관심사는 아니고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이 과거 독일지도자들이 했던 것처럼 분명한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는 컨센서스가 있다"면서 우회적으로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일본의 의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아베 총리의 도발은 일본에서도 미 의회 연설을 앞둔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개입이 없었고 일본군이 직접 여성들을 끌고 가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되 민간단위의 범죄행위에 방점을 둔 '인신매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강제연행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human trafficking'이라는 영어 단어로 번역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최대 언론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군이 성적 목적으로 여성을 끌고 갔다'는 미국의 공식 견해를 감안한 용어 선택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미 의회 연설 직전까지 도발적 언사로 미국이나 아시아 각국의 반응을 떠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평판을 의식하는 일본을 향해 강경기조로 태도변화를 촉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의 역사인식만 문제 삼는다면 미국의 대한(對韓) 피로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한일관계의 발전적 미래상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거나 한미일 안보동맹 이슈에 적극 개입해 미국의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 집단 자위권 발동의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을 설명하도록 우리 정부가 먼저 요구한다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서 "안보이슈를 제기해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에 물꼬를 트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