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알고보자..위안부 문제 호도하는 日우익의 논리 ①

박진호 기자 입력 2015. 3. 16. 09:39 수정 2015. 3. 16. 09: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내 일본 극우세력의 황당한 뉴욕 여론전

뉴욕에서 일본 우익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것을 알려온 쪽은 다름아닌 일본인들이었다. 일본 진보단체인 'SANS'는 양심적 반대집회를 준비하면서 현지의 양식있는 일본계 미국인들과 한인들에게도 도움 요청을 했다. 그동안 미국내 일본 우익세력은 주로 물밑으로 활동해왔다. 미국의 투표권을 가진 일본계 유권자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정치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을 행사하는 방식, 또 일반 시민처럼 보이는 개인 편지나 전화, 이메일을 무더기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보여준 뉴욕에서의 이례적인 공개행보는 같은 기간에 열리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회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런 식의 공개 여론전의 강도가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유엔본부 근처에 있는 호텔의 회의장으로 찾아가봤다. '역사진실을 위한 글로벌연대'라는 단체가 주최한 이 기자회견의 참석자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주최 측이 10명 정도, 참석자는 20명 정도였는데 일본 기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사전 취재 신청도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촬영도 가로막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 주최측은 한국 언론사의 취재에 긴장하고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발표자가 아닌 일반 참석자의 얼굴을 촬영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된 배경, 지금까지 거쳐온 한.일간의 협의 과정 등을 일본 우익의 시각에서 설명하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국과 성매매 산업'이라는 제목의 발제까지 있었다. 한국 기자를 의식한 듯 이 발표와 관련해 미리 준비했던 사진자료 등을 보여주지 않고 발표를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황당한 억지주장이었다. 한국과 한국인들을 모욕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편으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오랫동안 준비가 진행돼왔고 논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전쟁 범죄까지 논리와 법리공방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화가 나지만 그들의 의도를 이 시점에서 냉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전략적인 고려 속에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선전자료를 들여다보자.

치밀한 반박논리 개발의 흔적

'위안부에 대한 진실을 위한 연대'(Allies for Truth about Comfort Women) 명의로 된 자료는 "누가 위안부를 모욕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표로 정리된 이들의 억지 주장을 열거해 본다.

"위안부(CW)는 노예가 아니었다. 그 다수는 일본인이었다. CW는 좋은 보수를 받고 양호한 환경에서 지냈고 결혼도 자류롭게 할 수 있었다. 일부는 스스로 지원해왔고 일부는 브로커(brokers)를 통해서나 그들의 출신지에서 선발됐다. 일부는 선금을 받고 선발됐다. 일본 정부는 강제적 모집을 금지했었고 위반자들을 처벌했다. 당시 군부대는 재량에 따라 CW의 일을 용인했다. CW는 20만명이 아니라 4만명이었다."는 주장이다.

고노 담화에 대해서는 "담화는 증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담화는 외교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돼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계속된 증언에 대해서는 "증명되지 않은 얘기"라고 하고 있고, "'측은한 마음(동정심) 때문에 일본이 과거에 사과한 적이 있다."(With compassion, Japan apologized and atoned)는 내용이 있다.

일본군이 직접 위안소를 운영하고 관리했다는 것은 워낙 증거가 많이 발견됐기 때문인지 인정하는 양상이었지만 그 이유는 기자회견 과정에서 이렇게 왜곡했다. "당시 일본군들이 주둔지의 일반 시민 여성들을 강간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후 부대 안에 성병이 만연하는 사태가 있었다. 그래서 군이 직접 위안소 시스템을 고안했던 것인데 그래야 여성들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日의 의도는 국제사법재판소?

더 관심을 끈 내용은 자료 내용 중 '재미 일본인들이 미국에 바라는 것'이라는 소제목 부분이다. "법과 규칙에 따라 한일 양국이 최종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 한국에 위안부가 성노예였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충고해달라. 한국 측에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라고 충고해달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논의에 적합하지 않은 유엔 위원회에서 사안을 과장하는 대신.."(instead of overblowing in non-competent committees of UN)이라는 황당한 문구까지 나온다. 또 미국 정부에 "근거없는 주장을 하는 정당이나 단체를 지원하지 말 것, 어떤 나라나 세력도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이나 외교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못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자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결국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였다. 그들의 논리는 위안부 만행으로 인한 한.일간의 갈등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한 양측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청구권협정)은 제3조에서 "이 협정의 해석과 실시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외교적 해결 의무와 중재 회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일 우익세력은 이 자료에서 "한국은 위안부 문제의 현재 상황을 '분쟁이 발생한 경우'로 보고 청구권 협정 상의 외교적 해결과 다음 단계인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는 모든 청구권 문제가 최종 해결된 만큼 '분쟁 상태'가 아니라고 보고있다."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입장에선 위안부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약의 범위를 이미 벗어났으며 국제 분쟁에 대한 법리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라"고 쓰고 있다. 또 일본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 자신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했는데도 한국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아시아여성기금을 예로 들고 있다.

결국 지울 수 없는 역사적 범죄를 국제적 법리 공방으로 만들어 본질을 흐리려는 조직적 의도가 엿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내 일본우익 세력의 이번 주장이 본국 정부와의 교감과 지원 속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 사회 뿐아니라 일본 정부 차원에서 이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공식 사죄와 책임자 처벌의 의지는 버렸으며, 국제법적인 공방으로 사안을 밀고 가려는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고 냉정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내 일본 우익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 논리에 대해 2편에서 추가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8뉴스] "군위안부는 매춘부" 일본 우익 회견에 공분

▶[자막뉴스] "군 위안부는 성 노예가 아니었다"…황당한 기자회견 박진호 기자 jhpark@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