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은 내친구] 한은, 기준금리 왜 내렸나요

2014. 8.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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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대출 이자부담 감소..소비·투자 늘어 경제 '숨통' 기대하지만 인하효과는 1년뒤 나타나..물가상승·과도한 대출 우려도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한은 금통위, 금리 0.25%포인트 인하.' 지난 8월 15일 매일경제신문 1면을 보던 중학생 조연희 양은 한국은행에서 15개월 만에 금리를 내렸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많아졌습니다. 기사 첫 문장부터 같이 읽어볼까요.

기사를 보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나옵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주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모임을 말합니다. 줄여서 '금통위'라고 부릅니다. 경제 상황을 판단해 통화량이나 이자율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매달 한 차례씩 모여서 금리를 결정하는데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 금통위가 금리를 내린 것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모든 신문이 첫 페이지 기사로 싣고 방송에서도 연일 나오는 것일까요. 매일경제 1면 기사 두 번째 문장에도 나오지만 그것은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하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은 당장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기가 쉬워집니다. 기존에 빚이 많았던 기업이나 가계 입장에서도 갚아야 할 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빚부터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던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가계에서는 소비가 증가하면서 꽉 막혔던 경제에 숨통을 틔우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경제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금리가 낮아져서 마치 보너스를 받은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금리 하락이 직접적으로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소비가 늘면 이에 따라 투자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리 하락은 환율 절상(원화값 상승) 속도를 늦춰주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원화값이 올라가면 아무래도 한국 상품의 물건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정책을 한국은행이 왜 지난 15개월 동안 실시하지 않았을까요.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금융통화위원 7명의 고민은 그만큼 많았습니다. 긍정적인 효과도 예상되지만 반대로 부작용도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당장 물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첫 번째 목표가 물가 불안을 없애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인데 금리를 내리면 돈이 많이 풀리고 씀씀이도 커지면서 아무래도 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은행에 빚이 있어서 이자를 갚아야 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좋겠지만 은행에 예금이나 적금을 통해 돈을 맡겨 놓고 이자를 받아서 생활하는 경우에는 손해입니다. 가만히 있는데 매달 들어오는 이자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층 간 문제로 연결 지어서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은행 대출이 많은 사람은 소득 하위 계층이나 젊은 층일 가능성이 높고, 은행 예ㆍ적금이 많은 사람은 소득 상위 계층이나 은퇴자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 효과 측면에서 현재로서는 금리를 낮추는 게 맞다는 경제학자들도 많습니다. 전체적인 소비진작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로 인해 경기가 제대로 회복할지 여부를 놓고도 뜨거운 토론을 벌였습니다. 사실 금리를 내리더라도 실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경제학자들은 한국에서 1년이나 1년 반 뒤에 효과가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장 지금 경기가 좋지 않다고 금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게 될 1년 뒤 이상을 내다보면서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가계부채도 금통위원 간 주요 토론 주제였습니다. 집집마다 빚이 많은 상태에서 금리가 하락하면 빚을 갚기보다는 줄어든 이자 부담만큼 빚을 더 내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송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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